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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똥

by 박재옥


나의 죽음을 발설하지 마라

살아생전 내가 얼마나 달고 향기로운 음식이었는가를

내 몸에 흐르던 윤기가 얼마나 풋풋했던가를

나의 묘비를 세우지도 말고,

묘비명을 쓰지도 마라

그냥 시신이 푹 썩도록 방치했다가

햇빛 좋은 채마밭에나 내다 버려다오

내 시신은 빗물과 함께 땅속으로 스며들어

식물의 뿌리털을 타고 줄기의 체관으로 올라가서

푸성귀나 나무 열매 같은 것으로 거듭날 것이므로

다시 사람이나 동물의 뱃속으로 들어가서

고귀한 영혼을 살찌우는

살과 피로 태어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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