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벤치가 가관이다
허공 부실한 가지들이 암벽 타듯이
옆에 가만히 서 있는 산벚나무를 타고 오른다
앞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웃 잘못 만난 산벚나무의 일방적인 고행이다
제 몸 건사하기도 힘든 마당에
갈 데 없는 등나무 줄기까지 짊어지고 있으니
죄 짓고 벌 서는 것도 아닌데
팔다리 좀 치워달라고 화낼 만도 한데
산벚나무는 싫은 기색 없이
서로 의지하고 잘 지내보자는 듯
팔뚝마다 윤기 나는 잎사귀 매달고 있다
세든 등나무 줄기에도 푸른 물 들어
시절에는 꽃등을 주렁주렁 매달 듯하다
긍정이 긍정을 부른다
등나무도 산벚나무에게 얼마나 미안했겠는가
산벚나무가 흔쾌히 어깨 내주었으니
부실한 몸 보존하면서
푸른 웃음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부족한 것들이 서로 어깨를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