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백봉 초등학교 운동장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학생들의 어머니다
몇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하늘 치마 같은 나무 그늘 아래 서보면 알게 된다
사랑은 홀로 있어도 넉넉히 품어준다는 것을
사랑의 기적을 보는 듯하다
시골 학교 전교생 품을 만한 넓은 그늘은
뜨거운 햇빛으로도 무성한 잎사귀 뚫을 수 없고,
거센 빗줄기로도 드리운 그늘을 적시지 못할 듯 싶다
사랑은 곳간처럼 내어주는 것
그리하고도 처마처럼 품어주는 것
놀기 좋은 모성의 자궁 속을 들락거리며 아이들은
술래와 잡기가 되기도 하였을테고,
운동장을 뜀박질 하고 나서 흐르는 땀 식히며
뼈마디가 굵어 갔을 것이다
뒷날 저마다 자랑스런 어른이 된 아이들은
이 곳을 떠나서 살게된 후에도
벌레들처럼 나무의 품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새들처럼 찾아와서 지친 어깨를 기대고 싶지 않았을까
해마다 동문체육대회가 열리면
어린 햇살을 둘러매고 줄지어 찾아오는 것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