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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되는 집

by 박재옥


어느 집이 되는 집이고

안되는 집인가는

겨울 저수지에 가보면 안다


되는 집은 새들로 북적북적하다

식구 많은 집구석 같다

새들은 왜 신도시 번듯한 호수를 버려두고

잡풀 우거진 곳으로 몰려드는 것일까


남의 집 살림살이 염탐하듯

저수지 물속을 들여다 본적 있다

그 속에는 유적 같은 수초의 거처가 뒤엉켜

난만하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수지에는

윗골 앉은뱅이 아저씨가 50년 묵은 장어를 낚았다는

마을 전설이 살아있고, 여름날 오후의 물살 헤치고

고개 빳빳이 치켜든 물뱀이란 놈이 헤엄쳐 나오는

살풍경을 목도한 적도 있다


새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제 밥그릇 챙길 수 있는 곳을

되는 집이 어디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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