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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선매(朝鮮梅)

by 박재옥

부안 개암사 고매(古梅) 한 그루

조선 기생의 구구절절한 생을 버무려

꽃 피우더니 향기의 집 지었네

기방에서 차곡차곡 쌓여 향기가 된 소리들

술상 들어가는 소리,

거문고 뜯는 소리,

불타는 춘향이 사랑가 한 대목,

걸걸한 웃음소리,

가끔 찾아와 괴롭히던 한량의 욕지거리까지도

개뼉다귀 같은 소리도 녹아들어

아니, 더 먼 옛날 동기(童妓)가 되어

기방 문턱을 넘어와 구박 타박 다 받으며

시서화를 배우던 날부터

웬 중늙은이 품에서 머리 얻던 날에도

향기의 싹은 텄으리라

향기의 집에 들어가는 일은 쉽지가 않네

그녀를 창기(娼妓)가 아니라

고매한 예기(藝妓)로 받아들이기 전에는

안으로 발길 들여놓을 수가 없네

그런 그윽한 향기는 아무 여인네나

피울 수 있는 향이 아니기에

겉만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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