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바닥에
작은 벌들이 씨눈처럼 떨어져 있다
공 치는 동안 사체를 밟지 않으려는
고역에 시달리다 돌아오다
그날, 꿈에서 시 쓰다가 떠난 그를 보다
싱그러운 웃음은 여전하다
한때 벌들이 꽃 속 당분 같은
그의 시를 열심히 물어다가
아람 굵은 오동나무로 서 있는
나의 갈비뼈 사이에다 쟁여놓은 적 있다
그게 아마 삼십 년 넘게 흘렀나 보다
밀봉된 그의 시들이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은 채 하얗게 굳어 있다
이번에 '마음보다 먼저 핀 꽃' 제3 시집을 시산맥 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시 52편과 에세이 '80년대에서 온 편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사랑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