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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꿀

by 박재옥


테니스 코트 바닥에

작은 벌들이 씨눈처럼 떨어져 있다

공 치는 동안 사체를 밟지 않으려는

고역에 시달리다 돌아오다


그날, 꿈에서 시 쓰다가 떠난 그를 보다

싱그러운 웃음은 여전하다


한때 벌들이 꽃 속 당분 같은

그의 시를 열심히 물어다가

아람 굵은 오동나무로 서 있는

나의 갈비뼈 사이에다 쟁여놓은 적 있다


그게 아마 삼십 년 넘게 흘렀나 보다


밀봉된 그의 시들이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은 채 하얗게 굳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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