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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카시아꽃

by 박재옥


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첫사랑조차 아득한데

길모퉁이에서 애인처럼 와락 달려들어

달큰하게 퍼지는 향기의 정체는?


오월 거리에서 최류탄 연기가

하얗게 일렁거리던 시절 있었지

그 날의 핏빛 다짐을 호출하는 흰 연기가

산자락마다 자욱하다


사는 게 뭐 다 그렇다고

체념하며 안주하며 타협하며 살아가는

시절의 무기력함을 깨우는


갑자기 뒤집어쓴 찬물 같은

오월의 돌팔매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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