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 한 그루 울음나무

by 박재옥


지는 벚꽃을 배웅하고 싶어서

당신은 산성엘 가자고 졸랐던 거지요

상당집 비지장 먹고 싶다는 말은 덤이었던 거고요

무심천 벚꽃을 떠나보낸 뒤라 마음이 더 급했던 거고요

비지장을 드시면서도 밖에 나가있던 당신의 흰 그림자

그 심정 모를 리 없는 저는 차를 천천히 가져 오겠다 일렀지요

멀리서 보니 지는 꽃잎에 눈 맞춘 당신은 안절부절이었지요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로 좀 더 있다 가라고,

만류하는 손길이 지는 꽃잎보다도 더 파리해 보였으니까요


당신이 눈물로 먼저 보낸 것들이 지고 있었지요

댕기머리 검정 치마폭에서 뛰놀던 꽃다운 시절이

가슴 봉분에 묻어 두었던 첫아이의 백치 같은 시간이

너한테 미안했다 말하고 떠난 시어머니의 메마른 입술이

손수 빨았던 남편의 마지막 흰 와이셔츠까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떠난 자리에서 당신 혼자 서 있었지요

한 그루 울음나무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 꽃들만 신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