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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함과 감사함을, 김치카츠나베

더한 행복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by 세진

달달하며 진득한

김치카츠나베의 국물을 마신다.


잘근 말랑 하게 씹히며

부드럽게 넘어가는 김치까지.


찐하디 진한 단맛의 국물이었지만,

얼큰함까지 갖추었다.


한 입 가득 먹고,

조심히 밥 한 술을 떠서 입에 넣는다,


가만히 씹으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이걸 먹는 순간이 너무 감사하다고.


그러니까,

너무 더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

아등바등 애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5/1,

혼자 홍대에 놀러 갔었다.

무료 프로필을 찍기 위해서였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아침도 거른 채 오후 2시까지 쭉 굶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전날 저녁은 요거트만 먹은 상황!


그랬기에 오후 2시,

맛있다고 소문난 돈까스 매장을 찾았다.

2시인데도 웨이팅이 있었다.


유명한 매장이라더니,

점심시간이 지나도 웨이팅인 건가?


비가 와서 추운 날씨인지라

김치나베카츠를 주문하여서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 "김치나베카츠"란?

김치찌개 위에 돈가스를 얹어서 나오는 메뉴를 일컫는 말이다.

김치찌개와 돈까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인 메뉴!

다만 김치찌개에 절여진 돈까스가 나오기 때문에,

바삭함보다는 물렁한 돈까스를 먹게 된다.

가끔은 바삭한 돈까스가 아닌,

물렁한 돈까스가 먹고 싶은 날에 딱이다.


비가 와서 조금은 쌀쌀한 날씨,

나는 망설임 없이 김치카츠나베를 주문하였다.

10분 좀 넘게 웨이팅을 하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영수증 리뷰를 하면 음료를 서비스로 드립니다."

럭키!

음료수 주문 안 하길 잘했다.


영수증 리뷰를 하고 직원께 보여드렸다.

"어떤 음료로 드릴까요?"

"제로 콜라 있으면 그걸로 주세요."


그 후 직원분의 행동은 의외였다.

바로 컵에 얼음을 담아서 빨대를 꽂아서 건네주시고,

그 다음에 캔 음료를 주셨다.

가끔 친절한 매장에 가면,

"캔 음료"만 주는 것이 아닌,

얼음컵과 빨대를 서비스로 같이 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여기가 그런 경우였다.


잘 되는 매장은 다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보이는 메뉴판에는,

"밥이나 야채가 더 필요할 시에는 리필해 드립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잘 되는 매장은 다르구나.


손님들이 원하는 니즈를 제대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음컵에 제로콜라를 따라서 한 입 마셨다.


김치카츠나베가 나왔다.

얼큰하고 뜨끈한 뚝배기에 나와서,

바로 한 숟갈 떠서 국물부터 마셔보았다.

얼큰한데 달달한 이 맛.

크, 그걸 먹었을 때의 기분이란.


그리고, 김치카츠나베에 행복한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정도 행복도 좋다."라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내 곁을 떠난 무언가가 없이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는 걸.


더 있으면 좋긴 좋겠지.

하지만,

없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거.


오히려 이 순간의 행복을

더욱 즐길 수도 있다는 것.


김치카츠나베에 물렁한

돈까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물렁한데도 고기는 탄탄했다.

튀김옷은 물렁, 고기는 탄탄.

김치찌개의 국물이 배어들어서

잘 어울렸다.


마치 지금의 내가 가진 감사함처럼,

물렁하면서도 맛있게,

달달하면서도 얼큰하게.

알찬 맛이었다.


밥을 리필하여서 받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싹싹 비우고 나왔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사소하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게 감사할 때

더욱 행복할 수도 있구나.


앞으로는

조금 더 많은 빈도로 감사해야겠다.


잘 되는 매장

손님들이 어떤 부분에서 불편해하고,

어색해하는지 알기 때문

더욱 잘 되는 거겠지.


밥을 무료로 리필한다거나,

얼음컵을 건넨다거나.


그런 걸 보면,

내가 적는 글도

나에 대한 니즈만 맞추는 것이 아닌

독자들의 니즈도 맞춰야 될 필요가 있겠지.

절실히 깨달은 날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말이야.


남들에 대한 시선만 살피는 것이 아닌,

나에 대해 살필 때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물렁한 김치찌개의 달콤함과

따뜻함이 사람을 녹게 했다.


그러니까,

어떤 물컹한 김치 한 입이,

달콤하고 진득한 국물 한 입이

이 상황을 감사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그런, 김치나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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