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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울 수 있는 아이스크림

때로는 여유를 갖고 먹는 아이스크림도 필요해.

by 세진

콘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으, 이 시려!


잠시 아이스크림을

내려놓고 브런치에 글을 썼다.


브런치 글을 다 쓴 후,

내려놓은 아이스크림을 보았다.


꽁꽁 얼려져 있었던 탓에

아이스크림이 많이 녹지 않았다.


녹았을까 걱정하며 손에 다시 쥐었다.

걱정과 다르게,

많이 녹지 않았다.

크게 와앙 한 입 베어 물었다.

부드럽게 아이스크림이 들어왔다.


콘 아이스크림을 다시 들기 ,

녹았을까 걱정하던 나를 떠올렸다.


그러니까, 때로는

여유로운 아이스크림도 필요한 거 같아.


녹았을까 심하게 걱정할 필요 없는,

그런 아이스크림말야.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초등학생 때부터 알던 사이인데,

이 친구는

거북알 아이스크림을

초등학생 때 하교하는 길에 거의 매일 사 먹었다.



거북알의 특징은 한 번 잘못 터지면

길에 멈춰 서서 끝까지 먹어야 된다는 것.


그럴 때마다 나는 긁어먹는 러빙쿨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정작 나도 불량식품 먹으면서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먹어?"라고 했다.

친구는 거북알을 먹고서 껍질을 버리고,

이런 식으로 말했다.

"맛있으니까!"

그리고, 친구는 가끔씩 터져서 빨리 먹어야 됐음에도 몇 번이나 더 사 먹었다.


그 이후로 생각해 본 것이지만,

나는 다른 이들에 비해서 아이스크림을 참

느리게 먹는다.


그래서 집에서 먹을 때도 한눈을 팔면

어느새 아이스크림이 녹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콘 아이스크림은

꽝꽝, 얼어있었다.

이 시린 것도 있었으나

그것보다는

아이스크림을 더 편히 먹고 싶어서

글을 마저 적고 아이스크림을 들어서 먹었다.


콘 아이스크림만이 가지는 느림의 미학.

아니, 정확히는 꽝꽝 얼린 아이스크림만이 가질 수 있는 미학이었다.


녹이는 시간도 필요다.


빠르게 먹는

아이스크림이 아닌

느린 아이스크림도 필요 때가 있는 것이다.


급하게, 빠르게 섭취하는 아이스크림도

이렇게 느릴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방면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단 것을.


그렇게 생각하며, 또 한 입 베어 물었다.

달다. 달달하고 달콤한 맛을 음미했다.


콘 아이스크림에 놓인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입으로 베어 먹는다.

평소 먹는 시간보다 더 길어지는 시간,

그만큼 오래 걸리는 시간.

맛을 감미하는 시간이 긴 만큼,

여유로울 수 있다.


느리게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찾으려면,

앞으로는 꽝꽝 얼린 콘 아이스크림을 사야지.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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