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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의 알싸함, 베어먹는 생마늘

그런데, 사실 마늘의 알싸함에 중독된 건. 아픔으로 잊으려는 마음.

by 세진


출처 - 픽사베이


마늘을 한 입 베어물면서 느끼함을 없앤다. 알싸하게 다가오는 마늘.


맵디 매운 생 마늘을 한 입씩 베어 먹으며, 알싸함을 삼킨다.

알싸함 속에 숨겨진

독한 마늘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지금의 적당한 매움만이

영원할 거라는 생각으로, 베어 먹는다.



그러다가 걸린 엄청나게 매운 마늘!

알싸함이 혀를 누르며 결국 인상을 찡그리고, 급하게 찾게 된다.

작디 작은 마늘.


어떤 마늘은 밥 먹던 걸 멈추고,

물만 들이키게 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아픔을 알면서도 지속해서 마늘을 베어 먹는다.


그러니까, 알싸함에 중독 되어 버린 걸까.

그 알싸함 속에 인상을 찡그릴 만큼, 모든 걸 놓아버릴만큼 아픈 마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마늘을 베어먹는 건.

그만큼 입 안의 느끼함을 없애고 싶은 거겠지.


입 안에 존재하지도 않는

느끼함을 알싸함으로 덮으면서. 알싸함이라고 포장하며 마늘의 매운 맛을 즐기며.


그렇게 매운 소스와 다르게 속은 쓰리지 않을 거라는 마음과 함께. 합법적인 매움을 즐기면서.

그렇게.

나 자신에게 매움을 선물한다.


그 매움이 결국 날 다치게 할 수 있다면서도 먹는 건, 결국 나를 해치려는 마음에 중독된 걸까?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매운 라면의 대명사 불닭볶음면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


기름진 유탕면인 불닭볶음면의 소스를 모두 넣고 비비면, 그렇게 맛있으면서도 매운 불닭볶음면이 완성 된다.

스트레스 받을 때나, 잠시 무언가를 잊고 싶을 때면 나는 매운 것을 찾았다.


그것이 불닭볶음면이든, 어떠한 것이든. 무조건 매운 것을 찾았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라면은 먹지 못하게 되었다.

사실 편입한 대학 기말고사 시즌에,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4일 이상을 불닭볶음면만 먹으며 지낸 적이 있었기에.


이미 버려진 위, 방학에라도 보호해야 했다.

내가 평소 매운 걸 먹지 못할 때 즐겼던 것은 와사비였다.

띵 - 하는 맛에 즐기던 와사비였지만, 정작 와사비는 생선 없이 생으로 먹기에는 버거움이 있었다.

생선 회가 있었다면 모를까, 흰 밥에 와사비만 올려 먹는 건 입에 맞지 않았다.


그렇게 어떠한 "매운"것을 먹을까 고민하던 도중, 나는 곱창을 포장해서 먹게 되었다.

그 때, 깨달았다. 곱창 같이 느끼한 것을 포장하면 주는 마늘과 청양 고추를 먹으면서, 유레카! 를 외쳤다.


"마늘을 먹으면 되잖아!"


청양고추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곱창집에 가면 몇 번이나 리필해먹던 생마늘을 택했다.

느끼한 것을 먹지 않아도

매운 것을 즐길 수 있는 것,

다이어트에 해롭지 않은 것.

그것은 마늘!이라며 유레카를 외치며.


그렇게 나는, 집에서 건강식을 먹으면서 무조건 "생마늘"을 곁들이게 되었다.

마치 단군 신화에서 웅녀가 쑥과 마늘을 100일 동안 먹으면 사람이 되는 거 마냥,

나는 마늘을 정말 하루도 빠짐 없이, 집밥을 먹는 날이면 무조건 마늘을 곁들여 먹게 되었다.



베어먹던 생마늘을 칼이나 가위로 썰어, 그릇에 담아서 한 입에 삼키고는 하였다.


별 반찬이 없는데도, 그저 흰 밥에

마늘을 넣기까지 하면서.


특히 이렇게 마늘을 먹는 행동은 내가 브런치에서 "아무것도 해낸 성과가 없는 거 같다"고 했던 시기에 더욱 심해졌다.


마늘이 없으면 무조건 마늘을 찾아서 먹어야 했고, 매운 마늘이 나타나지 않아서 인상을 찡그리지 않으면 굳이 마늘을 더 먹기까지 했다.


매운 라면과 다르게 중독적인 알싸함.

느끼한 것을 먹지 않음에도,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핑계로 마늘을 많이 섭취했다.


그런데, 먹으면서도 한 번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던 오늘, 엄마가 말을 걸던 차에 마늘을 씹고 있던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매운 마늘이 혀 아래로 들어가서 입을 뗄 수가 없던 것!

급히 물을 벌컥 벌컥 마시면서,

겨우 엄마의 말에 대답하였다. 눈물이 찔끔,나려고 할 만큼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다시는 마늘 내가 더 먹나 봐!"라고 생각했지만,

이 글을 적으면서 군침을 돋는 거 보면 아무래도 나는 마늘을 또 며칠 동안 더 먹을 거 같다.


느끼한 삼겹살, 오겹살, 곱창을 먹을 때 곁들여 먹는 마늘. 느끼함을 잡아주는 용도로 쓰여서, 고깃집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다.

나도 그래서 곱창 집에서 무조건 마늘을 먹었으니까. 입 안에 남아있는 느끼함, 혹은 고기에 존재하는 느끼함을 꽉 잡아주는 건 마늘과 청양고추가 최고였다.


하지만, 집 밥에서 느끼하게 먹어봤자 뭐가 그리 느끼하겠는가. 내가 돼지껍데기를 먹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럼에도 마늘을 곁들여 먹었다. 신라면 건면으로 얼큰한 라면을 먹으면서도 곁들여 먹고, 어디든 곁들어 먹었다. 마늘이 참 건강한 음식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다이어트에 좋고, 건강에 좋겠지. 하면서 먹던 마늘.


지금 이 글을 적으며 찾아보니, 마늘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음식이었다.


마늘은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부른다. 오늘날에는 마늘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웰빙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2년 미국 『타임(Time)』지는 마늘을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였으며, 마늘은 그 자체로 먹어도 좋고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해도 좋은 기능성 식품이라 예찬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마늘 [garlic] (파워푸드 슈퍼푸드, 2010. 12. 11., 박명윤, 이건순, 박선주)

- 기말고사때 보고서 과제를 4개 이상 쓰던 버릇 탓에 논문 출처를 달고 싶은 마음. 정작 논문은 읽지 않았다.


마늘 속에 들어 있는 알리신은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알리티아민이라는 성분으로 바뀌면서 비타민 B1의 흡수를 돕고 이용률도 높인다. 따라서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내 예상보다 훨씬 마늘의 매운 맛이 많이 강조 되었다. 아무래도 매운 음식인 것은 사실이니까.


맛이나 향(香)이 독한 식품은 대개 피부나 위장에 자극적이다. 마늘도 독한 식품이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특히 공복(空腹) 상태에서 마늘을 복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가정에서 갓 구워낸 생선에 마늘가루를 살짝 뿌려 먹으면 생선구이 맛이 한결 살아난다.

[네이버 지식백과] 마늘 [garlic] (파워푸드 슈퍼푸드, 2010. 12. 11., 박명윤, 이건순, 박선주)


"절대 금물."


공복 상태에서 마늘을 복용하는 것은 독한 식품이므로 주의하여야 된다.

결국, 불닭볶음면의 소스만큼 맵고 자극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마늘 그 자체로도 이미 매우니 조심해야 된다는 것.

결국 내 예상보다 훨씬 마늘은 매운 음식이며, 그만큼 더 조심했어야 되는 것이다.





아무리 인공적인 식품이 아니더라도, 매운 건 매운 음식. 알싸함을 잊기 위해, 다이어트, 건강에 좋다는 갖가지의 이유로 섭취한 마늘들.


마늘을 섭취하며 알싸한 맛을 즐겼지만, 결국 그 속에 숨겨 있는 마늘은 수저를 놓게 할 만큼 매웠다. 그럼에도 계속 찾는 건,


매운 거를 먹으면서 계속 괜찮을거라는 안일함 때문이겠지.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안일함에 중독된 것인지.


알싸하게 퍼지는 매움의 고통에 중독된 것인지.


아무래도 그 매움의 고통을 잊고, "적당한 매움"의 마늘만 먹게 될 거라는 얕은 믿음 때문이겠지. 때로는 너무 믿어도 안 되는데, 말이다.



마늘을 한 입 베어문다. 매워.

결국 너무 매운 나머지 뱉어버린다.

뱉어버린 마늘은 짓이겨졌다.

이미 짓이겨진 마늘임에도, 내 입에 남아있는 알싸한 통증.

그런데도,

나는 계속해서 마늘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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