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면서도 묵직한 팥죽

어쩌면 나는 달면서도 강해지고 싶었을지도

by 세진

요즘따라 나는 많이 게워낸다. 워내고나서 먹는 건 결국 죽. 그런데 며칠내내 죽을 먹으면서도,

흰 죽은 잘 먹지 않았다.


오늘은 많이 먹고 싶어 사놓고, 금방 질려버린. 그러나 언제나 갈망하는 달디단 단팥죽을 얘기하고자 한다.


남들은 죽을 언제 먹을까. 감기에 심하게 걸렸을 때? 나는 오로지 게워냈을 때 많이 먹었다. 사실 죽은 - 시리즈가 될 만큼 - 작년부터 올해까지 참 많이 먹은 음식이다. 스트레스 받아 무언가를 삼키고 넘기기가 힘들 때, 나는 언제나 죽을 선택했다. 대학교에서도 편의점에서 남들이 맛있는 라면을 먹을 때, 나는 영양죽을 돌려서 먹었다. 그렇게 살았는데. 어째 방학이 되어서도 죽을 찾고 있을까.


평소에는 야채죽, 소고기죽, 그리고 단호박죽을 먹었다. 이것도 시리즈가 되겠지만.

그런데, 이번에도 며칠 간격으로 계속 게워냈는데. 다른것도 아닌 '단팥죽'이 너무나 먹고 싶었다.


죽 전문점에서 먹으면 좋을테지만, 나는 절약하는 20대. 몇 번이나 죽 집 앞을 서성이다가, 결국 대형마트에서 레트로 단팥죽을 사서 들어왔다.


레트로 단팥죽이 오히려 파는 것보다 간단했다. 뜯기만 하면 성공. 뜯고서, 비닐을 적당히 뜯고, 전자레인지로 돌리면 성공. 그렇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단팥죽을 보았다.


단팥죽은 단팥의 알갱이와 굵고 묵직한 단팥죽, 그리고 새알심이 있었다. 그걸 한입 크게 떠서 먹을 때 들어오는 달디달고 커다란 단팥의 달콤함. 씹는내내 음미하는 단팥의 알갱이가 환상적이었다. 그렇게 새알심도 야금야금 씹어서 한 끼를 떼웠다. 어느 날에는 그렇게 아침과 점심을 먹었는데. 이상하게 질려버린 것이다. 그렇게 갈망한 단팥이 너무 달아서. 결국 먹다가 새알심만 야금야금 먹었다.


그렇게 질렸음에도, 여전히 나는 게워내면 단팥죽이 생각난다. 흰 죽이 아닌, 단팥죽이나 호박죽 같이 새알심이 있는 것들.


달디 달아서 질려버렸는데, 결국 또 갈망하며 뜯고있다. 단팥죽에 있는 달디단 맛이 인상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단 걸 알면서도. 이렇게 게워내고 아픈 내가 먹을 수 있는 단 것이 단팥이나 호박밖에 없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단팥죽에 있는 굵직하고 묵직한 - 고소한 단맛과, 팥 알갱이들을 휘젓고 먹고싶었다. 그게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매우 단 보상이라서.


게워내는 걸 멈추면 생각나지 않는 단팥죽. 게워낸 후에도, 혹여나 속에 탈이 날까 몇번이나 고민하는 단팥죽. 새알심을 씹을 때 후회없이 먹는. 그러다 결국 질려 다른 호박죽을 택하지만, 그럼에도 단팥의 알갱이를 떠올린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단팥의 알갱이들을 갈망한다. 조금의 자극이라도 있을까봐 염려되지만, 그렇게 조심히 삼켰기에 더욱 달았던. 금방 질려서 내쳐졌지만, 결국 다시 찾게 되는.


어쩌면 나는 그런 걸 갖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조심히 삼키기에 더욱 단 것을. 팥알갱이를 음미하고, 그래서 결국 내쳐지지만- 그래도 결국 다시 찾아 읽게 되는 그런 솜씨를. 담백하고 고소한 단 맛을 찾으며.


그러니까, 결국 내쳐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단팥죽같이 강해지고 싶던 건 아니었을까.


내일은 달디단 단팥죽을 가득 떠서 삼켜야지. 묵직한 단팥의 고소함으로 내치는 것도 잠시 잊으며. 내쳐지더라도 다시 찾게 될 거라는 걸 아니 더 차분히.

더 강하게.


단팥 알갱이를 보며.

단팥죽의 굵직하고 묵직한 농도를 보며.

그렇게

단팥의 단맛을 삼키면서도, 내쳐지더라도,

또 먹으리라는걸 다짐하며.

묵직함과 강함을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달면서도 묵직한,

그런 강한 모습을 채워넣고 싶었 거 같다.


내쳐지더라도 괜찮다는걸,

결국 내쳐져도 남들이 다시 찾을만큼

강한 걸 갖고 싶었 거 같다.


아니면 그저 묵직하고 강하고 싶었을지도.


와앙.

단팥의 알갱이와 새알심 잔뜩.

언제 질리더라도 나는 또 이 단맛을 갈망하겠지.

묵직한 단팥죽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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