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에세이) 15. 이 사람을 만난 건 행운이다-3

by 롱다리박

그를 만난 건 15년 전 탁구를 처음 시작할 무렵이다. 탁구장에 잘 치는 분이 계셨는데 어릴 적부터 그분과 친구라고 했다. 그는 그 당시 당구를 치기 싫어서 탁구를 치러왔다. 당구를 1000 이상 쳤다는데 나는 잘 모르지만 어마한 실력임을 짐작해본다. 당구를 치면서 술, 담배가 싫어서 당구를 멀리하게 되었고 거리를 두기 위해 주변 사람을 끊는 아픔이 있었다. 당구를 그만두는 것보다 사람을 끊는 것.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운동을 배운 것이 탁구다.


한 분야의 높이 올라가 본 사람만이 아는 게 있다. 그분의 그분 나름대로 실력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놀라운 일화가 있는데 나는 체육관에 박혀서 몇 시간씩 연습만 했고, 그분은 일주일 내내 시합을 다녔다. 거의 매일 다녔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방법으로 훈련을 했다. 1년 후 나와 시합을 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 당시 결과는 비슷했다. 나는 기본기는 좋았지만 게임을 풀어가는 요령이 부족했고 그는 요령은 좋았지만 기본기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꾸준함에서 대단함을 느꼈다. 운동을 하면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매일 탁구를 치는 사람이다. 운동시간 차이로 지금은 실력 차이가 나버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열정이었다.


특이한 것은 그분은 돈도 못 벌고 탁구만 치던 나에게 항상 "넌 크게 될 거다"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특출 난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어떤 면을 보고 말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말을 자주 해주었다. 내심 기분은 좋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기분이 좋아지라고 하는 말로 들렸다.


그렇게 뜨거운 한때를 보내고 각자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는 여러 직업을 거치는 중이었고 나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도 중간중간 쉬긴 했어도 탁구를 손에서 놓지는 않았던 거 같았다. 나도 큰 공백 없이 꾸준히 운동은 했었다.



난 영주에서 몇 년을 정착하며 살았다. 혼자 지내면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날씨가 좋을 때나 치킨을 먹었었다. 그만큼 좋아했었다. 일주일 내내 치킨만 먹은 적도 있다. 치킨 책을 사서 읽어볼 정도로 관심이 컸다. 그때 수년을 맛있게 먹었던 치킨집을 인수할 기회가 생겼다. 기존 사장님의 실력과 나의 입맛을 믿었다. 장부의 매출도 확인했다. 가계약금을 주고 계약 하루 전날 그가 전화가 왔다.


그는 힘든 상황을 거치면서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한 결과 지점장의 위치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새로운 지점에서 나와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순간 고민은 했지만 나는 그를 선택했다. 아쉽게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대신 그와 일하는 사무실에는 사랑하는 탁구대까지 구비해서 일이 끝나면 가운데 회의 책상을 밀어내고 탁구를 쳤었다. 그렇게 같이 일하며 행복한 날을 보냈었다.


지금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지만 아직도 안부전화를 하거나 나를 만나면 "넌 잘될 거야", "너만 믿고 있다."등 힘이 되는 말을 해주신다. 그런 칭찬이 진실임을 나는 지금 증명해내고 있는 중이다. 그는 얼마 전 운동으로 부상이 있어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지만 다시 땀 흘리며 운동할 날을 기다려본다.


살면서 힘이 되는 사람이다. 탁구로 인연이 되었지만 그를 만난 건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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