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에세이) 14. 이 사람을 만난 건 행운이다-2

by 롱다리박

살면서 좋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좋은 관계를 이어 가는 것은 또 다른 묘미가 있다. 만날 때마다 즐겁다. 몇 시간 동안 정작 중요한 이야기 한마디도 없이 농담으로 서로 놀리기 바쁘다. 그 농담에 "피식" 웃으면 지는 거다.


그를 만난 건 10여 년 전이다. 새로운 동호회를 만들면서 만나게 되었다. 대화도 잘 통하고 성격이 나와 잘 맞아서 매일 같이 웃으며 운동했다. 그런데 그 당시엔 병이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그는 주 3회 새벽에 병원에 가서 몇 시간씩 투석을 받고 왔다. 몸에 장기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는 소변과 땀을 배출을 못했다. 물만 한 모금 마셔도 손가락이 부었고 통증도 심했다. 그 당시에 나에게 물을 벌컥벌컥 마셔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었다.


어느 날 팔을 봤는데 투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주삿바늘 꼽는 자리에 핏줄이 손가락처럼 커져있었다. 병원에 갔다 온 그다음 날에는 유독 힘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매일 약을 먹어야 했다. 그래도 운동은 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있었고 이도 많이 빠진 상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골반이 아프다고 했는데 골다공증 증상도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도 좋아하는 탁구는 열심히 쳤다. 열정적으로. 본인의 스트레스를 탁구로 푸는 듯했다.


사람을 만나면 나이를물어보질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보다 10살 이상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도 친구처럼 지내면서 땀 흘려 운동했다. 예전엔 서울에 괜찮은 대학 나와서 의약회사에도 잘 다니고 있었는데 아픈 가족 때문에 대구에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다 본인도 아픈 것을 알았다.


상황은 점점 안 좋았다. 운동으로 버티고 있었던 거 같다. 병원에서는 왼손에 투석을 하는데 핏줄이 너무 커져서 더 커지면 오른손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절망적이다. 탁구도 못 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영남대학병원에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이식할 장기가 마련되었다고 빨리 입원하라는 전화였다. 너무나 기쁜 소식인데 한편으론 분이 묘했다. 무조건 이식을 받아야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수술이기에 내심 걱정되기도 했다. 아직도 그때가 생각난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병원에서 장기이식 전화 왔었다고 했다. 그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렇게 바로 입원을 하고 며칠 있다가 수술이 진행되었다. 장기이식이 잘 이루어졌다. 후유증으로 수술로 얼굴도 풍선처럼 커졌다가 차츰 돌아왔다. 나는 그렇게 조심해서 잘 지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병원 처방약은 평생 먹어야 하고 다른 약은 아파도 먹을 수 없었다. 장기 이식에 대한 거부반응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고자 면역억제제 같은 종류의 약을 먹어야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카락도 다시 나기 시작했고 컨디션도 돌아오고 있다. 지금은 항상 다닐 때 물을 한통 들고 다닌다. 물을 벌컥벌컥 마셔보는 소원도 이루어졌다.


그가 장기를 이식하고 퇴원하면서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병원은 있을 곳이 못된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오늘 오늘 하고 싶은 거 하고 다니고 싶은 곳 다녀야 한다".
그래서 같이 다닌 추억이 많다. 그와 새벽까지 운동도 하고, 일본 후쿠오카 여행, 국내 아무 곳이나 여행 등 많이 다녔다. 그는 혼자서도 동남아 여러 곳을 여행도 했다. 나에게는 친구 이상의 존재다.


그는 얼마 전 코로나에 걸렸다. 몸이 많이 아팠는데 한 달 정도 약도 못 먹고 맨몸으로 참아야 했다. 고생하다가 겨우 좋아졌다. 이식에 관한 약 말고는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고생다가 겨우 좋아졌다. 여러 힘든 여건들 속에서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요즘도 한 번씩 같이 운동을 한다. 혼자 있을 때는 주로 오전 시간에 집 주변 탁구장에서 운동을 한다.


언젠가 같이 세계여행을 떠나자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세계 여행할 나라를 몽땅 외울 뿐 아니라 나라별 이동경로까지 꿰고 있다. 놀랍다. 같이 다니면 내가 부족한 것을 많이 채워주는 거 같다. 내가 원하는 부자의 목표를 이루고 만나면 즐거운 사람들과 마음껏 탁구 치고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아니다. 그날은 반드시 온다.





주변 사람 중에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만큼 그 사람이 나를 생각 못해줄 때가 있다. 당연하다. 서로 생각하는 감정이 같을 수는 없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세상에는 내가 만나서 즐거운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만 만나도 시간이 부족하다. 친한 친구들과 몇 달에 한번 만난다고 생각해보자. 살면서 몇 번을 더 만나는겠는가? 만나서 피곤한 사람은 조금 거리두기를 해보자. 인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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