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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는삶 Sep 15. 2022

혼자 즐기는 시간

나를 배려하는 시간

매주 목요일 동아리 모임을 하는 날이다. 공교롭게 회원들이 대부분 불참하게 되어 연습을 쉬었다. 예상치 못했을 때 주어진 자유시간이다.

나 혼자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상상한다. 미리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은 떠나기 전까지 설렌다. 그런데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는 충만한 기쁨을 준다.


집에서 가까운 카페를 찾아왔다. 20여분 걸어오면 올 수 있다. 특히 오는 길에 가로수가 우거져서 덥지도 않다. 특히 에어 팟을 끼고 걷다 보면 내가 뭐라도 된 듯하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입 밖으로 노래를 따라 불러도 본다.

오늘 오전 10시 40분 부처 11시까지 보낸 시간이 강렬하게 머리에 남는다. 여차하면 다시 즐기고픈 순간이다. 20분은 짧은 시간일 수 있다. 그런데 혼자 걷다 보면 마음과 머릿속이 평온해진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밖에서 시원한 바람과 공기가 있어서 그런 걸까. 오늘 내가 편안한 건가. 그냥 좋다.


무작정 밖에 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해본다. 하필 모두 시간이 안된다. 그래도 이왕 맘먹었으니 집 밖으로 나선다. 제안을 거절당하면 처음에 속상하다. 내가 이렇게 인기가 없는 건가라는 잡생각이 든다.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외로움이 편안함으로 변한다.


사람에 따라 느낌을 다를 거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는 내가 말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에게 질문하고 듣는 편이 많다. 가끔은 듣는 게 피곤하다. 억지로 입을 열고 반응을 보여야 할 때가 있다. 내가 관심도 없고 알지 못하는 것들에 리액션을 하는 게 싫다. 관계를 형성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말과 행동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배려일 수 있으니깐.


혼자 즐기다 보면 내가 나를 배려하는 시간이 된다


실은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은 차고 넘친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집 밖이나 안에서 정신없다. 이제는 저녁이면 대부분 혼자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거나 침대에 벌렁 누워버린다. 가족 중 누군가가 귀가할 때까지. 마치 밤 열 시가 마지노선인듯하다.


저녁에 집에서 혼자 있으면 ‘쉼’이라는 것만 존재한다. 즐기는 것은 아니다. 각자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다를 거다.

집 근처 편안한 카페가 있어서 좋다. 적어도 내가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하다. 비라도 오면 이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온갖 물욕이 사라진다. 조용히 혼자서 걷고 앉아 있으면 그 시간 모두 나만을 위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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