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에덴
03화
절 죽여주세요
에덴
by
이한
Oct 2. 2024
아래로
남자
: 요즘은 여유가 있어서요. 말씀하세요.
여자
: 지금 저 배려해주시는 거죠?
남자
: 반반이라 보시면 됩니다.
여자
: 아, 그래요.
여자,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남자
: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더 하셔도 돼요.
여자
: 하고 싶은 얘기……. 많은데. 뭘 하지.
남자
: 저녁은 어떠세요.
여자
: 밥이요?
남자
: (실소하며)아니요. 뭘 하며 보내나 해서요.
여자
: 시내 돌아다녀요.
남자
: 재미있네요. 거기에도 커피 잘하는 집이 있나 보네요.
여자
: 그런 걸 뭘 물어보세요. 뻔하지. 술 마시죠. 맛있게.
남자
: 술을 마시면 보통 일행이랑 같이 있지 않습니까.
여자
: 전 혼자 가요.
남자
: 거긴 더 사람이 많을 텐데 신경 쓰이진 않아요?
여자
: 제가 혼자 있으니까 다가와서 추태를 부리거나 나가자거나 하죠. 처음엔 짜증나서 뿌리치고 집으로 왔는데 요즘은 즐겨요.
남자
: 그래서 같이 술을 마신 적도 있어요?
여자
: 한 번도. 그런 남자들은 뻔해요. 그 생각뿐이지. 마음먹으면 먹이고.
남자
: 먹여요?
여자
: 있어요, 그런 거. 나도 실컷 술 마시고 내뺄 수도 있는데 내 자존심 깎아먹는 거라 안 해요. 일찌감치 버리죠, 그런 대시들은.
남자
: 저녁에는 보통 몇 시까지 있습니까?
여자
: 4시에서 5시 정도. 요즘은 해가 빨리 뜨니까 그 직전에 출발해서 집에 도착하면 해가 떠 있어요. 집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누우면 창 밖에서 새소리가 들려요. 그걸 들을 때, 자는 시간인 걸 확인해요. 마음도 편해지고.
남자
: 그게 하루 일과란 말씀이죠.
여자
: 네.
남자
: 그렇다면 식사는 아침에 먹는 게 전부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여자
: 그런 셈이죠.
여자, 담배를 피운다.
남자
: 담배를 얼마나 피세요.
여자
: (담배갑을 보며)한 갑하고 반? 많게는 두 갑?
남자
: 끊는 게 좋습니다.
여자
: 이 좋은 걸 왜 끊어요? 얘는 내가 얼마를 피던지 가만히 있는데. 나름 의리가 있어요. 얘랑은 쉽게 안 헤어져요.
남자
: 시적이네요. 표현이.
여자
: (담배갑을 들고 본다.)이거, 내 친구에요. 낮이든 밤이든 얘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요. 침대 옆에. 화장실 선반 위에. 화장대 서랍에. 피고 싶은 생각이 안 들 때도 무심코 열어보면 그 자리에 조용히 있죠. 그리고 말을 해요.
남자
: 어떤 말을요.
여자
: (속삭이듯)……뭐해? 안 피고?
남자
: 재미있네요.
여자
: 뭐야. 사람 무안하게……. 안 믿어도 그만.
남자
: 믿어요. 저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여자
: 그럼 이해하시겠네요.
남자
: 전부는 아닙니다.
여자
: 상관없어요. 사람 사는 게 뭐 거기서 거기지.
남자
: 그건 그렇고,
절 찾아온 용건은 뭡니까.
사이
여자
:
절 죽여주세요.
keyword
공연
연극
희곡
Brunch Book
월, 수, 금
연재
연재
에덴
01
monologue
02
카페에서
03
절 죽여주세요
04
책
05
교회 다녔었죠?
전체 목차 보기
10
댓글
1
댓글
1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이한
직업
예술가
문학과 연기가 아름다워 무대를 만들고 글을 쓰는 청년 연극 연출가
팔로워
1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02화
카페에서
책
다음 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