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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04화
책
에덴
by
이한
Oct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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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
절 죽여주세요.
남자 :
네?
여자 :
절 죽여 달라구요.
침묵
남자
: 전 오늘 그쪽을 처음 만났는데요.
여자
: 할 수 있잖아요.
남자
: 뭘 보구요.
여자
: 힘 쎄 보이는데?
침묵
여자, 참다 웃음을 터뜨린다.
여자 :
농담이에요. 진짠 줄 알았어요?
남자 :
사람 놀라게 하는 데 재능이 있으시네요.
여자
: 만약 진짜였으면 들어줬어요?
남자
: 아니요.
여자
: 그럴 것 같았어.
남자
: 누구든 그럴 겁니다.
여자
: 그렇겠죠. 누구든. 아까부터 책을 읽고 있었죠?
남자
: 네.
여자
: 무슨 책이에요?
남자
: (책을 뒤집으며)재미없는 책이에요.
여자
: 뭔데요. 알고 싶어요.
남자
: 러시아 소설가의 책이에요.
여자
: 작가는?
남자
: 복잡해요.
여자
: 뭔데요.
남자
: 도스트예프스키.
여자
: 뭐야. 외국 사람들은 이름을 참 어렵게 지어. 이름 부르다 시간 다 가겠다.
남자
: 우리랑 다른 세계 사람이니까요.
여자
: 책은 볼 만 해요?
남자
: 나름 견딜 만합니다.
여자
: 뒤에서 얼핏 봤는데.
남자
: 훔쳐보고 있었나 보죠.
여자
: 의도한 건 아니에요. 그냥 책을 보고 있길래 무슨 이야긴가 싶어서 화장실 가는 척 하고 봤죠.
남자
: 그래서. 어떤 것 같았나요.
여자
: 나랑은 안 맞겠다.
두 사람, 웃는다.
남자
: 네, 저랑도 맞진 않아요.
여자
: 그런데 왜 보세요?
남자
: 이게 절 먹여 살리거든요.
여자
: 책이 먹여 살린다구요?
남자
: 이야기하면 복잡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여자
: 네, 뭐. 오늘은 먹을거리 찾으셨어요?
남자
: 아직요. 지난번은 찾았습니다.
여자
: 얘기해줘요.
남자
: 기억이 안나요.
여자
: 거짓말.
남자
: 정말이에요.
여자
: 그럼 기억나면 얘기해줘요.
남자
: 오늘처럼 만나게 되면요.
여자
: 제가 마음에 안 들어요?
남자
: 그런 건 아닙니다.
여자
: 남자가 뭐 이래? 여자가 직접 찾아온 걸 고맙게 생각해야지.
남자
: 그쪽이 절 보러 왔는데 굳이 시시콜콜 제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생각해요.
여자
: 꽤 영리하시네요.
남자
: 어떤 게요.
여자
: 밀당하는거잖아요, 지금.
남자
: 그래 보여요?
여자
: 많이요.
남자
: 미안해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여자
: 괜찮아요. 근데 조금 어이가 없긴 하네요.
남자, 밖을 본다.
너울지는 바닷가. 여자도 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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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02
카페에서
03
절 죽여주세요
04
책
05
교회 다녔었죠?
06
믿음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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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연기가 아름다워 무대를 만들고 글을 쓰는 청년 연극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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