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에덴 02화

카페에서

에덴

by 이한

독백이 끝난 후, 해안 어느 카페.

남자가 창가에서 먼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있다.

여자가 남자의 맞은편에 앉아, 와인을 마신다. 가끔씩 담배도 함께.


남자 : (펜을 놓으며)그 다음은요.


여자 : 샤워를 마치고 나면 밖을 나가요. 이어폰을 챙겨서요. 꼭 있어야 돼요. 나가면 듣기 싫은 소리들이 가득하거든요. 난 그 소리들이 듣기 싫어요. 그래서 이어폰이 있어야 돼요. 귀에 꽂고 다니면 적어도 방해를 안 하거든요.


남자 : 음악은 어떤 걸 들으며 걷습니까?


여자 : 안 들어요.


남자 : 그래도 좋아하는 음악이 있을 것 같은데.


여자 : 제가요? (웃으며)아니요. 나 음악 잘 몰라요. 이용하는 거죠.


남자 : 지금 사는 곳이 아파트라구요.


여자 : 빌라예요. 7층에 살아요.


남자 : 7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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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 하나 더 있어요. 지금만큼은 내가 쟤네보다 위에 있다. 그 3분이 완전하게 만들어줘요.


남자 : 밖이 시끄러워서 싫다 했는데, 그런데도 나가는 이유는 뭐죠?


여자 : 욕하려구요.


남자 : 욕이요.




여자 : 트집 잡기 좋잖아요. 전부 다 내 맘에 들지 않으니까 직접 보면서 말해요. 물론 지나가는 사람 손 붙잡고 욕하는 타입은 못돼요. 그냥 혼잣말로 지껄이는 거죠. 저것도 인간이라고. 저 계단 내려가다 미끄러져 버려라. 아주 사소한 생각들이요.


남자 : 실제로 생각했던 대로 된 적이 있었나요?


여자 : 한 번요.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초록불이 바뀌어서 걷는데 짐이 쏟아져 버린 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그걸 주워 담질 않더라구요. 이러지도 못하는 할머니가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도움을 청했더니 다들 자기 바쁘다고 손을 저으며 뛰더라구요. 다 그렇죠, 사람들. 예상했던 게 맞아서 더 기분이 좋았어요.


남자 : 기분이 좋아요.


여자 : 점쟁이가 된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떠든 것뿐인데 그렇게 됐으니까. 괜히 성취감이 생겨서 웃어요. 그리고 편의점에 가 1500원짜리 콜라를 사서 원샷했죠.


남자 : (페이지를 넘기며)맛있었겠네요.


여자 : 한 번에 속을 쓸어내려주는 데는 콜라가 최고거든요. 난 그 맛에 살아요, 요즘.


남자 : 당신의 그런 모습을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여자 : 대학 친군데 거의 매일을 붙어 지낸 친구예요. 더러운 거 초라한 거 전부 다 본 몇 안 되는 사람이에요.


남자 : 최근엔 그 친구를 만난 적이 있어요?


여자 : 없어요. 죽었거든요. 교통사고로. 그것도 남자친구가 운전한 차에 치여서.


남자 : 안됐네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치었다니.




여자 :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둘 다 술이 된 상태였죠. 성격이 급한 년이라 빨간불인데도 건너버렸어요. 새벽이니 차도 없겠다 싶으니까.


남자 : 그 자리에 있었어요?


여자 : 아니요. 없어도 알아요, 난. 그 친군 자기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바로 해버려서. 그래서 살아있을 때도 고생 꽤나 했죠.


남자 : 죽은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여자 : ……5년? 그즈음 됐을 걸요.


남자 : 보고 싶진 않으세요?


여자 : 전혀요. 만약 지금 당장 볼 수 있다면 나한테 빌린 50만원이나 주고 갔으면 좋겠어요. 나한테 필요한 건 그 친구가 아니라 50만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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