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 15일 아들을 낳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직 녹지 않은 하얀 눈이 산 밑에 소복이 쌓여있었다
그렇게 녹지 않고 있는 눈만큼이나 나의 고달픔도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만 갔다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거실에 침대가 놓여 있었고 짐 가방이 놓여 있었다
하마터면 안고 있던 아기를 떨어트릴 뻔했다
내 심장에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친동생이 와있었던 것이다
그날부터 시커먼 남자 3명과 우리 네 식구가 좁은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
그 시커먼 남자들의 아침과 저녁을 차려야 했고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세탁해야 했다
남자가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딸아이와 함께 안방 문을 잠근채 무서움에 떨면서 잠을 자야 했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다행히 아기는 순하고 잠도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았다
낳은 지 2주가 지나고 부업을 시작했다
휴대폰 부품 중 하나였는데 불량을 선별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부업이 쉬워서 아파트 아주머니들께도 인기가 있었다
나는 아주머니들께 부업을 나누어 주는 반장이 되었다 외곽 지대였지만 도시에 속해서 살던 나는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새 아파트를 마련할 꿈에 부풀어서 밤낮으로 아기를 업고 달래가면서 부업을 했다
그렇게 부업을 한 돈으로 23평 아파트 계약금 500만 원을 걸었다
아... 나의 아파트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남자가 친동생 앞으로 그 아파트를 명의를 이전시켰던 것이다
부업해서 번 돈 500만 원은 꿈처럼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도 일어날 일들은 일어나더라
남자의 타고난 성격은 이미 굳어져 있었고 남자의 오래된 나쁜 행위가 이미 습관화되어 있었다
나 역시 남자에 의해 숨죽여 사는 일에 굳어져 있었다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는 빨리 어제로 보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마음속에 상처만 하나하나 쌓여서 내일을 맞이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빨리 버리고 채우는 법을 알았더라면 더 많이 웃고 사소한 일에도 감동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지 않았을까?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그때는 상처가 너무 컸다
그리고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