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밤새 보채며 운다
열이 올라 내려가지를 않는다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홍역이라고 병원에 입원을 하란다
아직 100일도 되지 않았는데...
짐을 대충 챙겨서 입원을 했다
홍역은 전염이 된다고 해서 홍역에 걸린 다른 아이와 2인실을 썼다
홍역은 일주일 동안 열이 오르고 온몸에 열꽃이 피어나며 일주일 동안은 다시 열이 내려간다
열이 오르는 일주일 동안은 아기도 엄마도 지치고 힘든 시간이다 그런데
아! 그만 큰딸까지 홍역에 걸렸다
딸도 홍역에 걸렸다
함께 입원을 시켰다
둘 다 계속 열이 났다
두 아이를 혼자 간호하다 보니 다리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픈 아이들을 간호하는 게 버겁고 힘이 들어 이불을 둘둘 말아 안고 울었다
옆 병실 아기 아빠는 아침 출근할 때 젖병을 소독해 가져오고 퇴근할 때 저녁 먹거리를 가져와 아내를 챙기더라
입원한 지 3일째 되던 날 남자가 병원에 왔다
빈손으로...
오자마자 병원 냄새가 역겹다고 간다고 하길래
2시간만 아이 이들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집에 와서 아이들 옷도 새로 챙기고 땀범벅이 된 내 몸도 씻었다
씻고 나와서 무심코 소파 위에 남자의 통장이 놓여 있는 것을 봤다
통장을 들고 살펴봤더니 어제 날짜로 이름 모를 여자 앞으로 2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보내졌더라
몸에서 에너지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는 듯했다
어둠의 빛이 자꾸만 내 곁을 맴돌고 있었다 어둠의 빛이 자꾸만 내 곁을 맴돌고 있었다
바보 같았던 나는 남자에게 여자가 있다는 걸 모르는 바보였다
여전히 돈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 와중에 물어보기가 겁이 나서 끙끙 앓다가 말을 했다
회사 여직원인데 아파트 전세금을 빌려준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터무니없는 말
믿기도 어려웠지만 고약한 성격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때는 이미 내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기에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삼켰더라
그때부터 속병이 생겨 그 남자 걷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하고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더부룩해서 소화가 안 되더라
보름 동안 아이들 간호하고 겨우겨우 집에 돌아오니 시커먼 남자 셋, 이 남자까지 총 4명이 라면을 끓여 먹고 부스러기가 바닥에 넘쳐 발 디딜 공간도 없더라
공장일 하고 기름때 묻은 작업복은 널브러진 채로 베란다를 덮고 있었다 거실에 나와있는 침대는 잠자리인지 놀이터인지 구분 없이 답답한 마음을 더 답답하게 집안을 꽉 채워주고 있더라 마른 수건 하나 챙길 것 없이 다 걸레로 만들어서 쓰고 있더라
아이 안고 현관문 들어서는 내 발 등 위로 통곡한 눈물이 뚝 뚝 떨어져 젖었더라
집안은 물건과 사람으로 넘쳐나는데 내 마음속은 한겨울에 서있더라
눈치 빠른 딸이 먼저 들어가 청소를 하더라
아직 몸도 덜 회복된 내 딸이 그때도 마음속에 병을 키워 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