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이 되던 달에
남자는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있는 나의 배를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밟았다
이유도 없이 당할 때는 당하는 쪽은 그냥 살려달라고 매달려야만 한다
이미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뽑혀진 머리카락은 미역줄기 같은 모습으로 침대 위에 범벅이 되어있었다
아기만은 안된다고 짐승이 내는 소리를 내면서 대들었던 그날 나는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왜 그토록 아이를 낳지 말라고 했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내 가슴 쪽 갈비뼈를 주먹으로 세차게 내려쳤다
' 으악 '
부풀어 오른 배를 두 손으로 부둥켜 안고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남자의 발을 움켜쥐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나는 오직 아기만을 위해 기도했다
무릎 꿇고 기도하던 날 하는 말
' 하나님! 이 아기를 보호하여 주십시오
아가야 사람을 미워하지 말아라 '
신에게 피멍이 든 두 손을 모아 슬픔 보다 더 슬픈 가슴을 부여잡고 아픔보다 더 아픈 현실을 부정하면서 울어야 했던 그날 밤 나는 앞 가슴 쪽 갈비뼈에서 심한 통증을 느꼈다
배는 부르고 통증은 계속되었고 숨은 쉬기 힘들었다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이곳저곳을 꼼꼼히 진찰하시더니 갈비뼈에 금이간듯하다고 말씀하셨다
엑스레이도 찍을 수 없고 약도 먹을 수 없다고 하신다
나는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통증을 호소했다
그렇게 끔찍한 아픔은 아마도 지옥이 있다면
그런 것이 아닐까
호흡을 하다가도 조금만 움직여도 창자와 아기가 바로 뿜어 나올듯한 고통에서 나는 내 머리채를 잡아끌며 수건을 물고 참고 참아야만 했다
몇 번이고 그냥 죽어버릴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홀로 남겨질 큰 딸을 생각하고 이렇게 악착같이 내 몸속에 자라고 있는 이 아기를 생각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8개월이 지났다고 임산부한테 쓸 수 있는 약을 하나 처방해 주셨다
그렇게 일주일을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지내야만 했다 그때부터 나는 남자의 발자국 소리에도 놀랐고 같이 밥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아서 답답한 가슴 통증을 호소해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그럼에도 아기를 낳았다
아주 고운 아기를 엄지 공주만큼이나 작은 공주님을 낳았다
나는 언제나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언제나 철저하게 가난했으며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삶을 살았다
남자는 나를 남루하게 살게 했으며
언제나 거름뱅이 취급을 했다
나는 내게 스며든 궁핍함을 인정하며 살았다
나의 삶은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삶은 견디는 게 아니라 견뎌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므로 나는 철저하게 견뎌내야 했고
철저하게 맞으면 맞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나무의 옹이처럼 그렇게 옹이의 삶을 살았다
사람은 나처럼 다루어지고 취급받으며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폭행 앞에서 철저하게 다루어져 습관화되어버렸던 것이다
몇 번의 자살시도 그리고 도망
그럼에도 살 수밖에 없었던 현실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고 이 아이들을 두고는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우주의 선물같이 맡겨진 나의 아이들 그리고 나의 무궁화 꽃이 곁에서 피어줄 때마다 행복의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나의 반려견들의 행복해하는 눈들이 또한 나의 에너지가 되었다
나는 지금 따뜻한 봄 볕 위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