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은 아침이다
바람은 나직이 불었지만 추웠다
개들이 몰려다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배가 고파서 집 근처까지 왔으리라 생각했다
스티로폼 박스에 사료를 가득 채워
유기견들 지나는 길에 두려고 밖으로 나왔다
어미인 듯 제법 큰 아이가 먼저 앞서고
그 뒤를 새끼인 듯 강아지 2마리가 뒤따라간다
자꾸만 내가 서있는 곳을 보면서 뛰어간다
그때 이상한 울음소리
뭔가 찢어지는듯한 비명 같은
' 꺽 꺽 ' 끙끙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차에 치여 도로변 옆으로 굴러있었다
큰 박스 안에 신문을 깔고 달려갔다
내가 다가갔을 때는 비명소리도 지르지 않은 채 서서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이미 땅은 피로 젖어 있었다
눈도, 털도, 코도 온통 검은색에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검둥이였다
나는 그냥 ' 검둥아, 검둥아 '라고 불렀다
이미 다리 한 쪽은 감각이 없어 쭈욱 뻗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박스에 넣어서 집 쪽으로 옮겼다
햇볕은 따스했지만 곧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주 매섭게
햇볕이 잘 드는 잔디밭에 담요를 깔고 조심스럽게 검둥이를 눕혔다
다른 담요 한 장을 더 가져와 몸을 덮어주었다
우선 피가 많이 나서 털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검둥이는 아주 나직한 신음 소리를 냈다
따뜻한 물을 가져와 피가 묻은 곳들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아마도 차에 치였을 때 갈비뼈가 손상된듯했다
목구멍에서 가래가 올라오는듯한
쉰 소리를 내면서 숨 쉬는 것을 고통스러워했다
입과 귀에서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미지근한 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안으로 흘러 넣었다
내 왼쪽 팔은 검둥이를 껴안고 얼굴을 살짝 일으켜서 물을 먹였다
목이 많이 말랐던지 한 컵 정도의 물을 받아마셨다
깨끗하게 피를 닦아내고 분홍색 담요를 싸서 내 품에 안았다
따뜻했다
그리고 들여다본 검둥이는 아주 예쁜 아이였다
맑고 따스했던 날씨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눈빨도 날리기 시작했다
내 안경 속으로 하얀 눈이 들어와 녹았다
마치 나의 눈물인 양 안경 속눈은 나의 눈물과 섞여서 온통 세상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검둥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꺽 꺽 '
검둥이의 신음 소리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나는 눈물만 흘려야 했다
검둥이를 포근하게 안고
상처로 피가 얼룩진 검은 코가 붉게 흘러내리고 있는 코에 내 얼굴을 부비면서 조금만 힘을 내달라고 용기를 내달라고 얘기했다
마주 보이는 화왕산을 보고 소리쳤다
' 산신령님이 계신다면 도와주십시오
어린 검둥이를 살려주세요 '
라고 소리쳤다
검둥이는 내 마음을 전해 들은 걸까?
오늘 처음 만난 나에게 슬프디 슬픈 눈으로 가늘게 떴던 눈으로 눈물을 머금고 있던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축 처져 있던 목을 치켜세웠다
자기의 온몸을 나에게 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마지막 절규 같은 소리를
' 꺽 꺽 '
내 품 안에서 냈다
나는 그 순간 살릴 수 있으리라는 1%의 기적을 가지고 동물 병원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일요일이었다
애원을 했다, 살려달라고
검둥이가 눈도 뜨고 숨도 쉬고 있다고
검둥이의 눈이 눈물을 머금은 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너무 슬프다 못해 너무나 아름답고 숭고해 보였다 그리고 살려달라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병원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계신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1시간 안으로 도착할 테니
병원으로 검둥이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수건을 접어서 목에 받치고 계속해서 피가 나오는 귀에 화장지 뭉치로 닦아내면서 그렇게 병원으로 향했다
허리 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보호대를 착용했다
1시간 30분 동안 검둥이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내 호흡마저 힘들고 있음을 알았다
어느새 검둥이와 나는 하나의 호흡 소리를 내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나의 오른쪽 다리에서 쥐가 나기 시작했다
내 몸은 더 이상 버티어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검둥이는 계속 피가 흘러나왔고 나 역시 검둥이의 피로 옷들이 붉게 물이 들어있었다
내가 힘을 내야 한다 뼈가 부스러진들 어쩌랴, 이 어린아이를 어쩌랴
가슴은 먹먹함으로 가득 차고 안경 속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희미하게 보이던 왼쪽 눈에서 복시현상이 왔다
사물이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로 보이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안다고 하셨다
그리고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엑스레이를 찍으셨다
친절하고 꼼꼼하게 검둥이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폐가 다 손상이 되어있으면 장기는 다 돌출되어 있고 목과 입은 다 망가져 부서져 버렸다며 숨을 쉬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지쳤고 가눌 수 없는 나의 몸을 쉴 틈 없이 검둥이와 한 번 더 볼을 비비고 싶었고 한 번 더 눈을 마주하고 검둥이의 마지막 온기를 느끼면서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검둥이를 데리고 가라고 하셨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고야 마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슬픔과 아픔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더라
다시 담요로 잘 싸서 내 품에 꼬옥 안아서 집으로 오는 길에 검둥이는 편안하게 잠을 자듯 천사의 미소를 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눈 감은 두 눈에는 눈물이 촉촉이 베여있었고 검은 코는 붉은 상처로 더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귀에서는 붉은 피가 범벅이 된 상태로 굳어져갔다
그리고 꾹 담은 입은 살짝 미소를 머금은 듯 입꼬리는 치켜 올라가 있었다
차 안에서 내내 토닥토닥 잠을 재우던 나의 마음까지도 슬픔보다 더 애잔한 미소를 머금게 했다
추운 겨울에 바람은 차서 하늘은 높고 푸른데 더 깊어진 하늘만큼이나 바람결이 내 몸의 온기를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꿈처럼 나에게 다가와 꿈처럼 내 곁을 떠나가 버린 검둥이
너의 호흡 소리가 마치 마디마디 내 손가락 위에 유리 조각이 박힌 듯 고통으로 다가왔구나
한파 주의보 안내 문자가 계속 알림으로 들어왔다 추울까 봐 더 꼬옥 싸주었다
계속해서 건조했던 땅은 단단했고 얼어있었다
삽으로 땅을 팠지만 한 뼘도 팔 수가 없었다
무거운 곡괭이를 사용해서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땅을 팠다 박혀있는 돌들을 제거하고 땅을 찍어서 흙을 부드럽게 만든 다음 두 손으로 긁어내기를 반복했다 땅을 파는 내내 허리에 통증으로 바닥에 누워서 추운 하늘을 올려다봐야 했다
구부리면 안 되는 허리, 온몸으로 퍼져오는 통증 그리고 희뿌연 눈
검둥이와 이별하는 시간은 차가운 겨울만큼이나 춥고 아렸다
땅을 파다가 마당에 누워 올려다본 하늘 안에는 맑고 깊은 겨울 하늘 안에는 아픔과 상처를 거두고 내 인생의 풍경을 그려 넣으라고 검둥이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냈다
내 느티나무 아래 검둥이를 묻을 준비가 되었다 내 가슴에서 무언가 시큰거리는듯한, 장미 가시에 찔린듯한, 돌멩이를 들다가 내 손등 위를 찧는듯한 그런 아픔이 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은 나의 온몸을 멍들게 했다
자꾸만 꾸역 꾸역 토할듯한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넘어왔다
깊게 판 구덩이 안에 신문지를 겹겹으로 깔고 검둥이를 잘 싸서 눕혔다
마지막 가는 길에 한 번 더 안아주고 싶어서 눈가의 촉촉이 벤 눈물을 닦아주고 그 위에 입을 맞추며 다음 생에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며 천사님들 따라 잘 가거라라고 했다
소주 한 병을 따라주었다 친구들과 가는 길 위에 나눠먹으라며 육포 한 조각과 사료도 함께 넣어주었다
흙이 눈 속으로 들어갈까 봐 신문으로 얼굴을 한 번 더 곱게 싸서 추위에 떨지 말기를 바라며 흙을 한 줌씩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흙을 넣고 발로 다졌다
다지는 내 신발 위로 차가운 눈물과 콧물이 떨어져 내려 느티나무를 부여안고 참았던 통곡을 했다
나의 느티나무 아래에는 나의 반려견들, 길냥이들, 로드킬 당한 아이들, 배고파 내려왔다 얼어 죽은 고라니들, 두 눈이 보이지 않아서 가장 힘든 현생을 살았던 몽돌이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한 해에는 얼어있는 고라니를 데리고 와서 묻어주려고 땅을 팠는데 땅이 얼어서 내 힘으로 팔 수가 없어서 땅이 녹기를 기다렸다가 묻은 적도 있었다
다행히 검둥이가 이제 더이상 추운 겨울에 먹이를 찾아다니지 않고 외로워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먼저 간 친구들한테도 검둥이를 잘 부탁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파주의보가 계속 알림으로 들어왔다
오늘 내가 검둥이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밤새 추위 와 고통으로 죽어갔을 거라는 걸 생각하니 오늘의 슬픔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내가 입던 노란 잠옷을 검둥이 묘에 덮어 주었다
그리고 향을 피웠다
오늘 검둥이를 안았던 나의 옷에서는 그대로 검둥이 냄새가 퍼져 올라왔다
내 품 안에서 여전히 검둥이는 살아 숨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