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국수

5. 검둥이를 묻고

by 무궁화

바람 불어 땅은 얼었는데
겨울바람에 너를 보낸다
너 묻고
나 홀로 남으니
갑자기 찾아왔던
너와의 짧은 만남
그리고 이별
믿을 수 없는 텅 빈 마음에
에 간장을 녹이는구나

아직 너의 온기가
내 품 안에 그대로인데
너의 냄새가 내 옷 안에서
그대로 숨을 쉬고 있는데
너는 잠시
몇 시간 동안 나에게 온 천사였구나

한쪽 눈만 반쯤 뜨고
눈물이 맺힌 얼굴로
나에게 너의 전부를 맡겼지
너의 호흡소리가
마디 마디 내 손가락에
유리조각이 박힌 듯
장미 덩굴 가시에 온몸이 찔린 듯
고통으로 다가왔지

검둥아
너는 나의 슬픈 사연 을 듣고
슬픈 나의 인생을
다 가져갔구나
내가 가야 할 그 길 위에
검은 사자로
나 대신
내 마음의 상처를 안고 떠났구나

검둥아
추워하지도 혼자라고 외로워하지도 말아라
너는 내 품 안에서
나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언제나
함께 하련다

이제
천국에서 사다리가 내려오는구나
한 계단 한 계단
잘 딛고 올라가거라
네가 가는 길 위에
천사님들이 마중을 나와
너의 손을 잡아 주리라

너의 웃는 미소가
참으로 어여뻐서
오늘 밤
너의 꿈을 꾸면서
잠을 청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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