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계약직 김예지의 이야기
"이 데이터... 단위가 다 틀렸잖아요?"
퇴근 시간이 지난 사무실에 정다인 대리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경영진 회의가 끝난 지 두 시간 후였다.
"이거 봐요. 페이스북은 만 원 단위로 되어있고, 인스타그램은 원 단위... 전체 캠페인 효율이 말이 안 되게 나올 수밖에 없죠."
대리님과 과장님이 임하진의 모니터 앞에 서있었다. 얼어붙은 손으로 마우스를 잡았다.
지난 분기 디지털 캠페인 리포트. 내가 최종 검토를 맡았던 자료였다.
"예지 씨." 차가운 목소리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최종 검토는 예지 씨가 한 거 아니에요?"
'봤어야 했는데. 원데이터까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변명을 삼켰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더 꼼꼼히 볼게요." 임하진이 무심하게 사과했다.
"제가 데이터 정리하면서 실수를 했네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이런 실수도 저렇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게 정규직의 특권일까.
서울대 출신이라서?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아서?
나였다면... 나라면 이런 실수 하나에도 다음 계약이 불안할 텐데.
"아니에요, 하진 씨. 이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죠." 과장님의 너그러운 목소리가 가슴 한구석을 짓눌렀다.
밤 11시. 텅 빈 사무실에서 지난 분기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열었다.
페이스북 광고 데이터. 인스타그램 광고 데이터. 구글 애즈 데이터.
단위를 하나하나 맞추며 다시 정리했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반드시 실수를 찾아내야 했다.
새벽 2시. 눈 앞의 숫자들이 흐릿해질 때였다. '잠깐만... 이거...'
페이스북 저녁 8시 광고의 전환율이 유독 높았다.
그것도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인스타그램은 오히려 그 시간대가 최저였다.
잠깐, 구글 애즈는? 같은 시간대인데 전환율이 제각각이었다.
광고비는 오히려 전환율 낮은 시간대가 더 비쌌다. 이상하다.
휴대폰이 울렸다. [예지야, 병원비...]
화면을 껐다. 지금은 이 숫자들에만 집중해야 했다. 실수를... 더 이상의 실수는...
"역시 여기 계셨네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정다인 대리님이었다. 창밖이 어느새 밝아와 있었다.
"죄송해요. 데이터 검토를 제대로 못해서..."
"지금 뭐 보고 있어요?"
"아... 그게..." 머뭇거리다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상하게도 페이스북이랑 인스타가..."
말을 멈췄다. 이런 걸 말해도 되는 걸까. 내가 뭘 잘못 본 게 아닐까.
다시 고개를 숙였다. 여덟 번째 검토를 시작해야 했다. 실수는 용납할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