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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문 kkong coffee Aug 05. 2022

굿데이


 그때쯤 나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의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 일을 겪고 난 후 빚까지 떠안게 된 나는 극심한 생활고에 빠졌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일했던 것 같다.

 주유소, 떡볶이 노점, 대리운전…… 모두 한 치 앞을 위한 일이 아닌 임기응변식 생활자금 마련의 일이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는 조금이라도 안정된 직장이 필요했고 난생처음 직업소개소, 소위 말하는 아웃소싱 업체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소개해준 회사가 자동차 부품회사였다. 그쪽 계통으로 출근을 하다 보니 계속 그쪽 관련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 접하는 공장생활은 좋았다. 주야 12시간 맞교대 일을 하다 보니 퇴근하면 잠자기 바빴고 눈떠있는 동안은 제품 만드느라 바빴다. 지난날의 고통을 생각할 시간이 없어 좋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다. 같은 월급을 받고 같은 시간을 일하고……특히 나에게 사기 칠 인간들이 없어서 좋았다.

 그렇게 1년, 2년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월급날 만을 기다리며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낭비하는  꿈을 잃은 40대의 반열에 올랐다.

 모두 내 책임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을까? 그 일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행동에 옮겼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정답은 no!

 분명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절실함은 없었다.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공방도 어쩌면 나의 대리만족을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여보세요? 저……가게를 한번 보고 싶은데요……”

근처 부동산 사장님이 왔다.

“들어가 보시죠?’

 키를 열고 우리를 앞세워 비어있는 가게로 들어왔다.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예뻤다.

 아무런 인테리어나 집기가 없었는데도 뭔가 꽉 채워진 듯한 가상현실 VR화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벽면과 바닥톤, 목조건물이었기에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한쪽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에 띄었다.

“2층도 있어요?”

올라가 보니 2층 역시 예뻤다. 다락방 같은 2층은 1층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내 집 같은 편안함?

아내의 얼굴을 보았을 때 그 표정만으로 충분한 흡족 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보증금이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조금 부족했다.

“보증금을 조금 내려주시면 안 될까요……”

건물주와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인연이 되려면 술술 풀리나 보다. 건물주분이 보증금을 있는 돈 범위 내로 내려주신단다.

 바로 우리 부부는 다음날 그 가게를 계약했다. 크리스마스였다.

 계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말했다. 위

“여보, 하나님이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신 거 같아.”

 나는 속으로 답했다.  

“어쩌면 하나님이 나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몰라”

 운전하던 나의 입가에는 아무도 모를 만큼의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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