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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한 잔

by 김바다

기온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낮아지는 것이라 했습니다

떨어진 것은 손으로 주울 수 있지만,

낮아진 것은 손길이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추운 날, 따뜻한 커피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마음속 체온이 조용히 내려앉았기 때문일 겁니다

낮아진 온도를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기다림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뜨거운 것을

천천히 마음속으로 들이켜곤 합니다

그래서 커피는 작은 봄입니다

커피 한 잔은 얼어붙었던 손등 위로 녹아드는 햇살이 되고,

차가운 길 위를 데우는 첫 번째 푸른 새싹이 됩니다

오늘은 여러 잔의 봄을 준비해두려 합니다

당신이 오기 전까지,

마음에 내려앉은 겨울을 천천히 녹이며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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