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글로 여행을 담는 노동조합 신문 ‘사진여행’ 코너를 시작하며, 울산광역시 북구 송정동에 위치한 박상진 총사령 역사공원을 찾았다. 이 공원은 약 45,000㎡ 규모의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독립운동 정신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공원 내부에는 박상진 총사령의 생애와 대한광복회 활동을 기념하는 동상과 기념비, 전시 자료를 담은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방문객들에게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중요한 교육의 장이 되어준다. 또한 산책로와 녹지 공간 조성으로 자연의 평온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박상진(朴尙鎭, 1884~1921)은 울산 출신으로 유학자 집안에서 자라 허위의 문하에서 수학하고 양정의숙을 졸업하며 신학문을 익혔다. 판사 임용을 거절한 뒤 만주의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며 국내외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대구에 상덕태상회를 설립하고, 1915년 조선국권회복단을 조직한 뒤 풍기광복단과 연합해 대한광복회를 창설, 총사령으로 활동했다.
광복회는 군자금 모집, 무장투쟁, 친일파 처단 등을 강령으로 삼았으며, 박상진은 독립운동자금 모집 중 체포되었다. 고문과 탄압 속에서도 동지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졌다. 1918년 사형을 선고받고, 1921년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그의 활동은 독립운동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 민족 계몽과 희생정신을 실천한 상징으로 평가된다. 조직의 지도자로서 전국 독립운동 세력을 결집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해설사의 이야기는 나를 숙연하게 했다. 1921년 8월 11일, 박상진 총사령이 대구형무소에서 교수형을 당하던 그 날, 숨이 멈추기까지 13분 동안 무엇을 생각했을까?
難復生此世上(난복생차세상) 다시 태어나기 어려운 이 세상에
幸得爲男子身(행득위남자신) 다행히 남자로 태어났건만
無一事成功去(무일사성공지) 이룬 일 하나 없이 저 세상에 가려 하니
靑山嘲綠水嚬(청산조녹수빈) 청산이 비웃고, 녹수가 찡그리네
교수형을 당하기 삼일 전 옥중에서 쓴 시로, 그는 대한광복회의 꿈과 독립의 염원을 깊이 되새기며 스스로를 다잡았을 것이다. 짧지만 길게 느껴졌을 시간 앞에서 조국의 밝은 미래를 그려보고, 남겨질 동지들에게 마음속으로 용기를 전하며 조용히 마지막 길을 걸어갔으리라.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이 문학과 철학으로 식민지 억압의 본질을 고발하며 독립의 길을 제시했던 것처럼,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파농은 알제리 독립운동에 직접 참여하며 물리적 독립을 넘어 정신적, 문화적 주체성을 회복하는 해방의 본질을 강조했다.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자유와 정의를 향한 보편적 가치를 가르쳐준다.
이곳에 있는 동상 태극기가 일장기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상태로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확인하고 방문했으나 여전히 그대로였다. 제작 과정에서 태극기 4괘가 잘못 표현되어 수정했으나, 문양이 과도하게 제거되어 가운데 원만 남아 일장기로 혼동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였다. 사라진 태극기 흔적은 민족 독립을 위한 헌신과 대한광복회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독립운동의 숭고한 가치를 후대에 전하기 위한 상징의 상실을 의미한다.
독일은 나치 시대에 훼손된 문화재를 철저히 복원하여 미래 세대에 역사적 교훈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베를린에서 볼 수 있는 ‘신박물관(Neues Museum)’의 복원 사례는 이러한 문제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문화재를 복원하면서도 그 상처를 보존한 독일의 방식은 과거의 상흔을 미래로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태극기를 복원하는 일은 단지 깃발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그 열망을 되살리는 기념의 공간으로서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에 생명을 바친 영웅들의 희생과 박상진 총사령의 생가에 남겨진 발자취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만들어갈지 묻고 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과거의 상처를 복원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된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박상진 총사령의 마지막 13분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시간이다. 그것은 아픔으로 점철된 마지막 순간이었지만 희망의 순간이기도 했다. 죽음은 단지 한 사람의 삶의 끝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 놓인 조국의 앞날을 밝히는 불꽃이자, 다시 살아날 역사의 순간이었다.
오늘 나는 그 13분을 생각한다. 그의 멀어져 가는 숨소리를, 그의 고독을, 그리고 굳건한 결의를.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 13분은, 그대들의 내일이 될 것이다.”
.
.
박상진 총사령이 들고 있는 태극기는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13분 #박상진_총사령 #태극기 #복원 #울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