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다를 건너는 시간

by 김바다

바닷가 산책길 끝,

푸른 선 너머를 향해

몸을 반쯤 기댄 채, 멍하니 바라본다


그녀의 눈은 지금

파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파도가 지운 것들을 더듬고 있다


두 다리 대신 조용히 굴러가는 바퀴가

시간의 경계에 서서

묵묵히 균형을 잡는다


세상에 남긴 무게는 점점 가벼워졌고

삶의 질문들은 여전히 대답을 기다린다


사랑했던 얼굴들

헤어졌던 계절의 숨결

잊었다 믿었던 한 조각의 오후들이

저 먼 수평선 위에서

물결처럼 다시 밀려온다


그녀가 앓는 건 육신이 아니라

쌓여버린 시간의 침묵이다

그 고요한 침묵이

조용히 삶을 밀어낸다


삶은 가끔

바다처럼 멀고

그리움처럼 가까우며

진실처럼 아프다


언젠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삶의 끝자락에서

이 세계의 모서리를 바라보게 되리라


그곳엔 언제나

말 없는 바다가 있다


덧) 간만에 여유가 생겨 바닷가를 산책하는데 모서리 풍경이 들어와서 써봅니다.


#바다 #삶 #모서리 #무게 #봄 #계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