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산책길 끝,
푸른 선 너머를 향해
몸을 반쯤 기댄 채, 멍하니 바라본다
그녀의 눈은 지금
파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파도가 지운 것들을 더듬고 있다
두 다리 대신 조용히 굴러가는 바퀴가
시간의 경계에 서서
묵묵히 균형을 잡는다
세상에 남긴 무게는 점점 가벼워졌고
삶의 질문들은 여전히 대답을 기다린다
사랑했던 얼굴들
헤어졌던 계절의 숨결
잊었다 믿었던 한 조각의 오후들이
저 먼 수평선 위에서
물결처럼 다시 밀려온다
그녀가 앓는 건 육신이 아니라
쌓여버린 시간의 침묵이다
그 고요한 침묵이
조용히 삶을 밀어낸다
삶은 가끔
바다처럼 멀고
그리움처럼 가까우며
진실처럼 아프다
언젠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삶의 끝자락에서
이 세계의 모서리를 바라보게 되리라
그곳엔 언제나
말 없는 바다가 있다
덧) 간만에 여유가 생겨 바닷가를 산책하는데 모서리 풍경이 들어와서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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