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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러 서퍼 Mar 27. 2021

헬스장 가듯, 서핑을.(하고 싶어요)

매일이 바다일 수는 없는 서울러는 발리가 너무너무 그립습니다.


 일상이 규칙적인 여느 회사원의 삶을 살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규칙적인 출퇴근의 삶을 살고, 주말이면 바다로 서핑을 간다. 때로는 평일 연차를 써서 당일치기 꿀 파도를 즐기고 오기도 한다. 좋은 파도와 내가 바다에 있을 때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다 보니 목마름이 엄청나다.


'아, 서울 가기 싫다.'

'내일도 서핑하고 싶다.'

'매일 서핑하며 살고 싶다.'

'이직하고 싶다. 바다 근처에서 일할 수 있는 직무로.'




  누구나 하듯 이런 철없는 생각에서, 결국은 현실적인 꿈을 꾼다. 그것은 바로 휴가. 정답지는 휴가밖에 없다. 다행히도 일주일을 온전히 휴가 갈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5일 휴가면 앞 뒤 주말까지 무려 9일이나! 다시 말해, 서핑을 할 수 있는 휴가지에 간다면 나는 9일 내내 서핑을 할 수 있다는 말씀. 그렇게 해서 여러 여행지를 다녀왔다. 여름의 중문 바다는 물론이고 지갑 가볍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발리. 자본주의의 상징이지만 관광도 서핑도 끝판왕 하와이. 나자레의 빅웨이브가 유명한 포르투갈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막상 일상의 서핑은 상상처럼 완벽하지만은 않다. 하루 10시간 꼬박 컴퓨터에 앉아 일하는 나는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온전히 서핑으로 채워 끌어갈 수 없었다. 체력의 한계에 직면했고, 하루가 아까워 이를 알면서도 매일 바다로 나가 독하게 서핑을 했다. 당연히 이 무리한 열정으로 컨디션은 엉망이 되었고, 부상을 입기도 가벼운 감기에 걸려 고생하기도 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기 전, 5월의 황금연휴에 영혼까지 끌어모은 연차로 2주를 만들어 발리에 갔다. 2주 후 한국에 돌아올 때 내 몸은 실제로 망신창이였다. 더러운 발리 바닷물이 코 뒤의 비강에서 염증을 일으켜 부비동염으로 한 달간 병원을 다녀야 했고(약도 매일 먹었다), 현지에서 서핑 도중 다치기도 했다. 타던 보드가 눈 주변을 치면서 상처를 입었는데, 같이 있던 현지인은 내가 너무나도 아파했지만 오히려 "god blessed you. you were so lucky"라고 하였다. 2센티 정도만 밑으로 내려왔으면 눈에 맞았을 거고, 이후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 사건은 실제로 내 집중력의 부재로 생긴 사건이었다. 파도 면에 레일을 붙였고, 앞에서 파도가 깨지는 걸 보고 보드의 방향을 바꾸거나, 먼저 물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보드가 깨지는 파도에 잡아먹히면서 튀어올라 얼굴을 강타했다.



  논외로, 단 2주의 서핑이었지만 몸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매일 그렇게 잘 먹었어도 배에 복근이 생겼고, 군살이 없어졌다. 실제로 나는 지인들에게 서핑은 다이어트 스포츠라고 말하는데 이 기간의 전 후 인바디 검사 결과가 아주 놀라웠다. 근량은 복부 코어를 중심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였고 전반적으로 체지방은 감소했다. 정말 이상적인 변화라서 다니던 센터에서도 내 인바디 결과를 보고 가서 굶고 운동만 하고 왔냐고 했고, 내 인바디 결과를 프로그램 홍보 사례로 써도 되냐 했을 정도이다.


발리는 인디안썸머로 가세요. 두번가세요!!




  휴가 후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회사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만 빼고는 순조롭다. 휴가 복귀 전날에는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불행하다고 느끼긴 하지만, 그만큼 쓰고 왔으니 다시 생업에 복귀하여 돈은 벌어야 할 것이 아닌가.(슬픈 일이다.) 또한, 질리도록 서핑했기에 당분간은 서핑 생각 안 나겠지 싶다가도 이 생각은 2주 정도이다. 지친 몸이 회복되고 나면 힘들었던 기억은 미화된다. 매일 출근하는 삶에서 매일 바다로 출근하던 기억은  대조적으로 너무 아름다운 기억이고, 이 기억으로 다시 바다로 향한다. 지금 나도 같은 마음이다. 이미, 알아버린 것이다. 매일의 서핑하는 규칙적인 삶에 매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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