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은 한 계절 늦다는 것. 가장 추울 때는 봄.
3월 1일, 삼일절이다!!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는 삼일절과 함께 봄이 찾아왔다. (아이러닉 하지만, 오늘 양양은 폭설주의보이다.) 지난주, 연차가 리셋되는 3월 직전 2월의 마지막 주 우연치 않은 연차 기회를 얻었다. 코로나로 인해 어디도 나갈 기회가 없으니, 남은 연차 덕분이었다. 항상 연휴와 연차는 서핑을 플러스알파의 목적으로 삼았었다. 며칠 쉬게 되었는데 쉴 거라면, 나름이면 바다가 있고 나름이면 서핑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지난 "과거의" 몇 년 동안은 한겨울과 무관하게 서핑에 열심이었다. 영하 온도에 무색하게 좋은 파도가 들어오는 겨울 주말이었다면, 서핑도 잘 못하는 게 열심히 겨울 바다를 쫓아다녔다. 물론, 겨울이라는 특수한 계절에 수상스포츠를 하기 위한 장비는 아주 자본주의식(?)으로 준비 완료 상태였다. (나중에 서핑은 매우 자본주의 스포츠이고, 겨울같이 추운 날이라면 자본주의는 꽃이라는 것을 낱낱이 글로 써보겠다. 비싸고 구하기 힘든 수트는 그 가치를 한다.)
모든 위의 얘기를 뒤로 하고 주제로 돌아오자면, 겨울의 서핑은 낭만이 있다. 물론 그 낭만은 모두가 공감할 수는 없는 그들만의 낭만일 여지가 있다. 주변의 회사 동료 및 친구들은 종종 묻는다. "겨울인데?? 너무 춥지 않아?? 봄까지 좀만 참지." 날이 너무 추우니, 나도 그런 질문에 공감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물이 액체 상태로써 가지는 비열은 다른 어떤 물질보다도 높다.(여느 금속물질에 비해 물(액체)의 비열은 약 10배 수준으로 크다, *비열 : 1g의 물질을 1도씨만큼 높일 때 쓰이는 열량) 이처럼, 정말 뜨거운 햇빛을 내리쬐는 여름에도 바다는 놀랍도록 차다. 여름 강원도 바다에 비키니를 준비한 해수욕객은 물에 들어가고서는 놀랄만치의 차가운 수온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2월의 끝자락의 바다 수온은 정말 정말 차다. 하지만 이는 더... 차질 것이다. 강원도 바다의 수온은 4월, 5월 최저치를 찍는다. 다시 말해 "물 너무 차지 않아? 봄 되면 해. 감기 걸릴라."라는 따뜻한 조언은 아주 틀린 얘기라는 것이다. "더 차질 건데 빨리 더 좋은 자본주의식 장비를 마련해!"가 더욱 적절한 조언일 것이라는 것이다.
솔직하게는, 겨울은 서핑하기 매우 좋은 시간이다. 대표적으로는 붐비는 라인업에 대한 걱정을 덜어도 된다. 여름에는 말도 안 되는 인파가 실력 상관없이 바다에 떠 있다. 실제로, 파도가 큰 날이기라도 한다면 예기치 못한 세트 파도에 누구 한 명 구급실 실려가도 놀랍지 않을 사건 사고가 가득하다. 겨울 바다는 겨울 서핑을 위한 준비가 된 이들만이 바다에 나오고, 이들은 대다수 서핑을 위한 안전 룰 정도는 숙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핑하다가 사고가 난다 한 들(바다에서의 접촉 사고) 말도 안 되는 비기너의 보드 날림으로 인한 사고는 아닐 거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겨울 바다에서의 서핑이 안전한 것은 물론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보드 컨트롤이 가능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많이 낮을 수 있다는 표현이다. 그 덕분에, 그 커다랗고 무거운 보드를 들고 맘에 드는 해변을 선택할 기회도 생긴다. 많은 인파에 두려움의 대상인 죽도 해변을 당당하게 보드를 실고 떠난다.
근소한 추가 부연을 하자면, 양양 파도의 시즌은 가을 / 겨울 / 봄이다. 한반도에 북스웰이 들어오는 시기는 주로 추운 시기이다. 다시 말해 좋은 파도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추가로, 계절 상관없는 물회 러버인 나에게 겨울에 먹는 물회는 정말 상상 이상의 행복이다. 여름 같았으면 줄도 너무 길고 번잡함에 쉽게 선택하지 않았을 그곳에 뺀질나게 안방 마님처럼 드나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