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고 입문기
형과 나는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독서를 한다고 하면 만화책 읽기가 전부였다.
형은 돈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주간지 만화를 사 모았다.
아버지는 형이 교회에서 악기봉사도 할 겸, 정식으로 통기타 레슨도 받게 해 주었다.
형은 음악에 소질이 있었나 보다.
기타 레슨 선생님이 진도가 빠르다고 칭찬했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매일 기타를 튕기며 친구들과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형은 고등학교를 공고로 갔다.
그리고 밴드부에 가입을 했다.
1학년때엔 항상 선배들에게 산으로 올라가 빠따를 맞았다 한다.
형은 트롬본을 불렀다.
교회를 다니며, 전도사님과 어울리고, 교회 친구들을 어울리다 보니 꿈이 없었던 형도 자연적으로 꿈이란 게 생겼다.
만약 혼자 음대 간다고 했다면, 아마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았을 것이다.
뭐 하는 짓이냐며.....
하지만, 형은 밴드부 선생님에게도 인정을 받는 듯했다.
밴드부 선생님이 직접 부모님께 음악 시켜도 되겠다는 확신을 받으셨다.
일단 형은 음악에 기본기가 돼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신 아버지는 기분이 흐믓하셨던거 같다.
아버지는 그 비싼 300만 원 정도의 트롬본을 사주고, 1년에 몇천만 원 하는 레슨을 받게 하셨다.
형은 교회, 집 그리고 레슨을 오고 가며 트럼프 연주에 몰두했다.
하지만, 공고생이라 수능시험이 문제였다.
예체능이라 하지만 어느 정도는 점수는 맞아야 하기에...
그래도 형은 열심히 했다.
수능시험을 보고, 지원한 학교에 실기 시험을 보았다.
아버지에겐 다 불합격했다고 말하곤, 새삼스럽게 목사가 되겠다고 아버지한테 선언했다.
아버지는 목사가 되겠다는 아들을 혼낼 수가 없었고, 그러라고 다독거려 주었다.
그리고 형은 재수를 했다.
아마 아버지는 목사가 되겠다는 형이 더 대견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형이 나에게 고백하길, 음대에 합격하긴 했었단다.
근데 교회를 오고 가면서 기도를 하는 중에 목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주님의 길로 가겠다고 다짐했단다.
솔직히 그 말을 들은 나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했다.
형이 여태껏 준비해 왔던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했으니깐.
난 그런 모습들을 보고 왔기에, 부모님에게 돈 달라고 하기가 항상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공부라도 잘하면, 부모님 어깨라도 으쓱 하실 텐데, 그러지 못하니 더욱 그러했다.
내 나이 16살, 중학교 3학년, 나에게도 고등학교 선택의 길에 있었다.
인문계를 갈 것인가? 실업계를 갈 것인가?
처음엔 인문계로 생각도 했지만,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의 상담이 끝나고는 실업계로 가닥이 잡혔다.
아버지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실업계 가면 시간 많으니깐, 아빠가게 와서 도우면 되니깐 딱 좋네, 잘됐어~~!!"
아버지는 민망하고 편치 않은 내 마음을 생각해서 그러셨던 거 같다. 힘내라고...
중3시절, 잔뜩 겉멋만 들은 친한 친구 다섯이서 같은 공업고등학교를 지원했다.
다들 성적이 고만고만한지라 고등학교 때에도 같이 놀자라는 결의에서다.
하지만, 몇 군데를 지원해서 몇 친구는 떨어져 다시 인문계로 갔고, 붙었다 해도 학교가 다르고,
같은 학교로 배정받은 친구는 야간부라 시간이 맞지 않았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난 공고 입문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