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은 내가 하는 일에 만족감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약점은 열등감이었다. 그리고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되면 불행해질 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스펙이라든지 재력 등 사회적인 프레임에 나를 가두었다. 그러나 나중에 깨닫게 된 사실은 자존감 향상의 근본은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였다.
나는 4년 동안 입시미술을 해왔고, 미대 입시학원을 다니면서 주변인들의 계속되는 비교에 속은 곪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 내내 바라봤던 대학교에 떨어지자 엄청난 자괴감이 밀려왔었다. 그때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다. 선생님들이 나에게 말했던 핀잔들이 모여 내가 만들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노력해도 합격조차 못해낸 자신이 아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뭐라고 그렇게 심각했었나 싶다. 그땐 그게 전부인줄 알았기에)
반면에 나와 같은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밥을 같이 먹으면서 생활했던 친구들은 합격을 하자 비교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고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분야에 대한 회의감은 더 커졌던 것 같다. 당시엔 혼란 그 자체였다. 그래서 더 이상 그림으로 스스로를 갉아먹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다른 차선책을 찾아보았다.
그때 부모님의 추천으로 계원예술대학교를 듣게 되었다. 상담을 받으러간 학원에서는 그동안 인체소묘와 수채화를 해왔던 나에게 순수미술이나 융합예술과를 추천해주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서 여러과들을 살펴보던 중 유독 나의 눈에 들어왔던 건 다름 아닌 광고브랜드디자인과였다. 당시 그 과에서는 포트폴리오와 면접을 보았기 때문에 포폴 전문 학원을 새로 다니게 되었고 나를 주제로 입시 준비를 3개월 동안 준비했다. 포트폴리오를준비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니나는 한 분야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에 도전의식을 가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짧고도 긴 시간처럼 느껴졌던 시간 동안 자기 탐구를 거치면서 면접을 보게 된 나는 좋은 예감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고사장을 나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수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후에 나의 자존감은 올라갔을까? 아니었다. 나는 입시 때와 똑같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더 좋은 대학간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똑똑하고 디자인을 잘하고 재능이 많은 주변 사람들과 자꾸만 나를 비교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업들, 비슷한 나이대에 큰돈을 버는 창업자 또는 사업가들, 대중매체를 통해 많은 인지도가 있고 성공한 사람들, 그리고 나와 관계없는 티비속 연예인을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뉴스에 성공한 해외의 청년사업가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가도 보통 사람들이라면, ‘저 사람 참 대단하다.’라고 하는 반면,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 할까 한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나에게 비교라는 자극을 끊임없이 주었고, 그것으로 원동력 삼아 할일을 열심히 하게는 해주었으나, 마음은 불안했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에만 들어가면 행복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한동안 우울감이 들었다. 그리고 식당과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인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아 부모님과 술을 마시던 중 약간의 취기를 빌려 솔직한 심정으로 나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들은 나 때문에 일어나는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위로를 바랬던것 같다) 부모님은 모든 사건들의 원인이 나의 탓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뻔한 말이지만 그 얘기를 듣고서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조금은 달라졌던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실수를 해도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그걸로 됐어' 라며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았고 세상은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정말로 넓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고 느꼈다. 그중에서는 따뜻한 말로 위로를 주고 상처들을 딛고 일어나게 해 준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다고 당장 주저앉을 필요도 없이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낫고, 점점 더 성장하는 나를 보며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미래에 찾아올 고비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지 않다. 그저 현재에 맞닥뜨리는 일을 넘기면서 살고 있다. 앞으로도 나의 여정에는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거듭될지는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딛고 전보다 잘 대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부딪치고 넘어져서 일어나다 보면 성공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자존감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애쓸 필요도,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할 필요도 없다. 내 중심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고 누군가의 말로 현혹되는 게 아닌 스스로 사고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