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불멸을 꿈꾸는 방식
유전자의 입장에서 생명체의 목적은
자신의 복사본이자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기 때문에 영속성에 대한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자녀를 통해 살아남았다.
특히 생물학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들여
유전자를 퍼뜨릴수 있는 구조라
본능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욕구가 강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엔 많이 낳는것이 중요했던 시대와 달리
현대엔 자녀 한명에게 온전한 자원과 사랑을 쏟게금 질적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더 책임감의 범위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어쩌면 유전자는 최대한 많이 복제하라고 명령하지만
현대인들의 이성은 내가 감당할수 있는 행복을 지켜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인간은 자신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할까"
사람들이 자녀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려하는것처럼
나에게 있어 그 유전자는 곧 "작품"이다
만약 자녀가 나를 닮은 외모,성격이나 재능을 가진다면
내 유전자를 남겼다라는 안도감보단 오히려 너무 징그러울것 같다
통제불가능한 나의 단점까지도 닮을거란 불안감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은 다르다.
내가 치열하고 고민하고 정제한 나의 가장 좋은 부분만을 담아낼수 있기에
나에게 작품은 자녀보다도 완벽한 형태의 유전이다.
육체는 유한하지만 세상에 내놓은 예술과 감동은 타인의 기억속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거리예술가 키스해링은
"예술가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계속 숨을 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자식은 나의 못난 부분까지 닮아 괴로울 수 있지만
작품은 내가 깎아 다듬은 나의 가장 선한 의지만을 담을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를 동경한다.
나의 이런 생각은 대학교 인문학 교수님과 친해지면서 확고해졌는데,
그분은 평생 연극을 사랑하셨던 분이고 자유를 위해 결혼을 선택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쉰이 넘는 나이에도 좋아하는 예술을 보러 해외에 다닐때면
마치 그 순간만을 위해 태어난것 같은 사람처럼 반짝인다.
교수님과 대화를 하면 미친듯이 빠져드는데,
그 이유가 그분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가지고
유한한 시간에 쏟아붓는 과정이
단단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이 들고 충만해보이는 그 모습을 동경하게 된다.
그런점에서 억지로 무언가를 책임지기 위해 나의 에너지를 쓰기보다
살아갈 이유를 하나씩 더 발견해나가며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