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 vs 민감함

by 차은서
"남에게 좋은 말을 해 주는 것은 포백(베와 비단)보다 따듯하고, 남에게 상처 입히는 말은 포격(창으로 찌르는 것)보다도 깊다."는 말이 있다. 좋은 말은 강한 추진력을 지니고, 폭언은 거대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좋은 마음으로 의견을 냈을지라도 관계를 송두리째 망쳐버리거나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 extracted from [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가끔 일찍 일어나면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할 때가 있다.


“엄마, 욕실 청소 다 끝냈고, 방마다 청소기 돌리는 거 다 했어.”


청소 잘하네. 수고했다."


"엄마, '청소도 잘하네'라고 말해야 되지 않을까? 청소'는' 잘하네라고 말하면 청소만 잘하는 것 같고 나머지는 못한다는 말처럼 들리잖아."


"너는 애가 왜 그렇게 별거 아닌 것을 집어 대니? 그냥 알아서 들으면 되지."


엄마, 나는 말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봐. 상대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얘기한다고 해도 '말'이라는 수단으로 잘 전달이 되지 않으면 그 의도가 왜곡되거든. 부모 자식 간이기 때문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의도로 말한 건지 짐작은 가는데 '말'이 좋지 않으면 일단 기분이 좋지 않거든. 좋은 의도라면 그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적합한 '언어 선택'을 하면 좋을 것 같아.


"넌 참 예민하구나. 아우~ 머리 아파.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 웬만하면 그냥 대강 넘어가. 성격이 그렇게 예민하면 못써."


"예민한 게 아니라 민감하다고 해. 예민하다고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란 말이야."





또 한 번은, 엄마가

"너는 머리를 묶어야 이뻐."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머리를 묶어야만 이쁘다는 말이야? 머리 내리면 안 이뻐?"


"아니, 머리를 묶는 게 더 낫다고."


엄마와 일상적인 대화가 단 5분을 넘지 못한다. 엄마는 늘 조사의 쓰임이 적절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무슨 말이지?' 싶어 확인차 물어보면 말다툼으로 끝나버리거나 재차 물어보는데 괜한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물론, 엄마이기 때문에 굳이 확인차 물어보지 않아도 엄마가 말을 잘못한 줄 알고는 있지만 막상 듣게 되니 기분이 좋지 않다. 내 성격도 그냥 지나치는 성격이 아닌지라 엄마가 말실수할 때마다 매번 언급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 같이 살았지만 아직도 엄마의 말투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니, 되려 날이 갈수록 부정적인 말투와 부적절한 조사의 쓰임에 신경이 예민해지다 못해 날카로워진다. 이래서 독립해서 살아야 하는구나 싶으면서도 앞으로의 목표와 함께 동거의 장점을 떠올려본다. 더욱이 내가 불편해하고 참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엄마도 분명 자식이라 참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훅 올라온 감정을 살살 다스린다.


보통, 엄마와의 모든 대화는 대부분 나의 '예민함'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정말 내가 예민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예민하다 ‘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보게 되었다.


'예민하다'의 사전적 의미:

1. 형용사)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2. 형용사)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보통 내가 생각했던 '예민하다'의 의미는 2번째 의미였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사전 검색을 해보니 1번처럼 긍정적인 의미도 있었다.


'예민하다'를 검색하다 보니,

내가 '예민하다'의 말보다 긍정적으로 여기는 '민감하다'의 의미 또한 궁금해졌다.


'민감하다'의 사전적 의미

: 자극에 빠르게 반응을 보이거나 쉽게 영향을 받는 데가 있다.


엄마와의 대화에서 내가 지적한 '엄마의 부적절한 조사의 쓰임'은 나의 예민함보다는 민감한 부분을 더 보여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가끔 '예민하다'라는 말을 듣는 상황에서 2번 의미처럼 부정적 의미인지 아니면 1번의 의미인지 구분하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인간관계에서 2번의 의미로 '예민하다'를 강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2번 의미의 '예민하다'라는 말 대신 '민감하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엄마, 이왕이면 예민하다는 말 대신 민감하다고 해줘~!"



에필로그)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라는 말이 있다. 말하는 방식의 변화로 인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고 확인하며 더 돈독한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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