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에서 마케터로, 나의 커리어 이야기
그로스PM이라는 직무는 오늘부로 폐지합니다. 이제부턴 그로스 마케터로서 유입부터 담당해주세요.
조직 개편을 알리는 개별 면담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그로스PM이었다.
퍼널 전환을 높이기 위해 실험을 설계하고, 마케터와 협업하며 유입 이후 흐름을 설계했다.
데이터로 말하고, 기능 조직과 논의하며, 사용자 행동을 분석해왔던 자리.
갑자기 마케터를 하라고?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곧 마음 한편에서 반가운 감정이 올라왔다.
이게 내가 진짜 잘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며칠간 생각을 거듭했고, 나는 이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로스PM은 ‘그로스 해커’와 ‘PM’의 중간 지점에 있던 직무라고 볼 수 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올라운더라고 부르면 적합할까.
(참고로, 나는 IT 국비지원 부트캠프의 예비 수강생 모집을 담당했다.)
잠재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신청까지 이어지도록
광고 이후의 행동 흐름과 전환 퍼널을 설계하며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세일즈/개발/디자인 등 여러 유관 부서와 문제를 풀기 위한 협력을 주도했었다.
생각해보면, 이미 나는 그로스 마케터와 어느 정도 닮은 일을 해오고 있었다.
광고는 마케터가 세팅했지만, 리드 획득을 위해 소재 기획·카피·랜딩 구조는 늘 함께 고민했다.
때로는 고객 여정을 보완하기 위한 CRM을 기획하고, 실험과 분석을 반복하는 이터레이션을 했었다.
이번 변화는 그래서인지 ‘직무 변경’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방식과 감각을 마케팅이라는 렌즈로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퍼널 안에서 실험을 기획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직접 실행해 결과를 확인하는 일.
이 모든 것은 그로스PM 시절부터 해오던 일과 같다.
다만 이전엔 문제 해결 범위가 세일즈,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전체 기능을 연결하는 ‘넓이’에 있었다면,
이제는 마케팅이라는 한 축에 집중해 그로스를 만들어내는 ‘깊이’의 자리로 이동한 것이 차이점일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더 강해지기.
내 안의 한 축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일.
이것이 지금의 역할 변화가 내게 주는 방향성이다.
나는 실무를 창업으로 시작했다.
제품 기획, 마케팅, 고객 응대까지 빠르게, 넓게 경험했다.
그 후 PM으로 들어오며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감각을 익혔고,
이제는 그 기반 위에 다시 실행력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로스 마케팅은 단순히 퍼포먼스를 운영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와 사용자의 연결을 가장 설득력 있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오던 사고 방식, 구조 설계, 데이터 기반의 실험 정신은 이 영역에서 가장 잘 살아날지 모른다.
익숙한 역할 안에 머무를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의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보려 한다.
신수정 작가의 책 '커넥팅'에서도 언급되었듯 "연결은 새로운 시너지를 만든다. 다른 분야의 경험이 연결될 때, 당신만의 고유한 가치가 만들어진다.”라는 맥락에서 말이다.
요즘 스타트업 안에서는 직무를 전환하거나, 처음 그로스 마케팅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이곳에 나의 실험, 고민, 성장의 여정을 기록해보려 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겐 커리어를 고민할 때의 작은 힌트가, 그리고 내게는 더 깊이 있는 실무자가 되어가는 여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다음 편에서는 그로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함께 알아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