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합창중 “환희의 송가”
베토벤 합창중 “환희의 송가”
이번 글의 주인공을 “그 사람” 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그 사람과 관련된 글은 이미 열편 넘게 써서 우리 회사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입사한지 이제 1년 조금 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들어오기 전이 스트레스 없이 일을 잘 했을 정도로 그 사람이 들어온 이후로 나와 전주임형님은 큰 스트레스를 수없이 받으며 전주임 형님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내게 여러번 했었다. 그정도의 인물이다.
일단 그 사람은 1인몫을 못한다. 못한 1인 몫이 우리에게 떠 넘겨졌다. 편하게 일하려고만 요령 피우고, 소장님과 김대리 앞에서는 아부를 떨고 일은 안하려고 애쓴다. 뭔가 일에 대한 노하우나 요령을 알려주면 한귀로 흘리고 안듣는다. 우리 회사 들어오기전에 화물차 일을 했다고 하면서 여기 와서 수동운전을 배우고 화물차 운전을 배운 나보다도 일을 못한다.(나는 지금 회사에서 만 3년이 넘었다) 일머리도 없고, 회사 전체 일을 파악하는 능력도 모자란다. 그러면서 들어온지 몇 달 안되었을때부터 연차 월차를 따지는 걸보면서 안될 나무 떡잎부터 알아보긴 했다.(이쪽 업계가 대부분 소규모 업체들이라 월차 연차 개념이 없다.나는 주5일 일하고 빨간날 대체휴일 다쉬고 잔업 없고 저녁 5시에 마치는 것만으로도 너무 만족하고 있다.)
그 사람 혼자였으면 지금처럼 설쳐대지 못했을 텐데, 소장님과 김대리가 늘 이 사람을 편애하고 쉬운배차만 시키고 그랬다. 그러니 세명이 한세트가 되어서 우리에게는 힘든 일만 주로 시키고 저희들은 쉬운 일만 하려고 하니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서러운 일이 많았겠는가. 술먹고 지각한적이 다섯번정도 되고, 최근에 몇주전에는 부산에서 술먹고(주말 부부인데, 주중에는 양산에 원룸을 얻어 자취한다) 아침에 전화를 안받다가 10시에 출근한 일이 있다. 그런데도 더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받는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만들어주셨다.
어제는 술이 안깬 상태로 헤롱헤롱한 상태로 출근을 했다. 아침에 그 사람이 청소를 하는데 의자를 빼는데 쿵쾅거리면서 빼길래 뭐 안좋은 일이 있나 생각했다.그런데, 알고보니 술이 안깨서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먼저 차를 몰고 나갔고, 그 뒤의 이야기는 내편인 전주임 형님과 통화로 들은 내용이다. 우리들은 그날의 배차들을 다 알고 있지만, 그 사람은 자기 일도 잘 모를 때가 있고, 타인들의 배차는 전혀 모른다. 그래서인지 소장님이 5톤차에 빠레트 10장을 싣고 가라고 그 사람에게 분명히 이야기 했다. 그래서 전주임 형님은 5톤 차 옆칸을 열었고, 빠레트를 실을려고 지게차로 빠레트를 뺐는데, 실을려고 하니 차가 없는게 아닌가. 그 사람이 차 문을 닫고 빠레트 싣는걸 잊고 그냥 가버린 것이었다. 황당한 소장님과 전주임 형님. 전주임형님이 차 돌리라고 전화하려고 했는데, 소장님이 화가 나서 자신이 전화하겠다고 했다. 늘 그 사람 편을 들어준 소장님이었는데, 이건 해도 해도 도가 넘었다 생각했을수도 있고, 그 자리에 전주임 형님이 있어서 일수도 있겠다. 전주임 형님 이야기를 전해듣기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얼굴로 혼냈다고 했다 한다. 한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회사 관두게 할거라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데 얼마나 통쾌하고 기분이 좋았는지. 우리는 그 사람의 만행으로 9개월 넘게 스트레스를 받아오다가 내년 봄에 그 사람을 내쫓아 보낼 작전을 이미 짜두었던 것이다. 우리 업계는 겨울에 일이 없는 편이고 봄이되면 많이 바빠진다. 많이 바빠졌을때 사장님에게 면담 신청하면서 그동안의 그 사람의 만행을 전부 말씀해 드리고, 그 사람을 내 보내던지, 일잘하는 나와 전주임 형님 두 사람을 자르던지 배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런데, 워낙 어처구니 없이 매일 매일 사고를 치던 그 사람이라 그전에 오늘처럼 스스로 발등 찍을 일을 만들것 같다. 사람은 고쳐 쓰는거 아니라고 하더라. 손안대고 코풀게 생겼으니 어제 오전 운전하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랐다.
마침, CBS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라디오(클래식 방송이다)에서 베토벤 합창중, “환희의 송가”가 나오는게 아닌가. 그 환희의 노래가 나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뭉클했다. 세명의 빌런이 한세트가 되어 힘든 일만 했던 우리의 서러움이 떠오르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방송이 끝나고 유투브에서 검색해서 3분 22초 짜리 환희의 송가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 들었다. 기쁨, 환희……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여기저기 소문을 냈다. 단골 카페에서 커피주문하며 오늘 너무너무 신나는 날이라 했더니, 제가 봤던 작가님 모습중에 오늘이 제일 기분 좋아 보여요 하셨다. 짝지에게도 전화해서 나의 기쁨을 전했다. 2023년 회사에 출근해서 근무한 날중에 가장 기분 좋은 날.
여러분도 이 글을 읽으며 한번 유투브에서 베토벤 환희의 송가 3분 22초 짜리 영상을 찾아 들어보시면 어제 내가 느낀 환희의 느낌을 조금은 간접경험하실수 있습니다.^^
이런 내막은 모른체, 회사 단톡방에서 새해 인사들을 퇴근할때쯤에 서로 올렸는데, 그 사람의 마지막 멘트. “올 한해 너무 행복했습니다” 나는 니가 너무 행복하는 바람에 너무 힘들었다 이자식아……. 내년 봄이 되기전에 스스로 발등을 또 찍어라. 손안대고 코풀어 보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