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솔로: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김희경 지음)
견딜만한 외로움. 오히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살때 고립감 외로움을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순서를 보면 대부분 남성들이 외롭다고 느끼고 비혼인 여성에게는 외로움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다. 남성들은 홀로서기가 가능하려면 누군가의 돌봄 노동을 밑바탕으로 삼기 때문이다. 혼자살기 훈련이 안된 남성들이 때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남성도 살림하는 법 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노동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혼자살기의 가장 좋은 점은 혼자서 장악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질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사는 여성을 보고 이기적이다 라는 말을 이 사회는 자주 한다. 사회참여율도 기혼 여성보다 비혼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높다. 기혼 여성의 관심은 가족안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비혼을 선택한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인터뷰이 남지원의 말 “나는 이 세계에 소속돼 있어요. 필요한 만큼. 그리고 분리돼 있어요.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에이징 솔로들이 혼자 아플 때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분개한 대목은 거의 언제나 가족인 보호자를 요구하는 병원의 관행이었다. 경제적 독립을 했고 스스로 상황 판단이 가능한데도 말이다.
고은희 “ 급할 땐 혈연가족보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 내가 의지하는 사람이 더 중요한데, 가족만 보호자로 인정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병원이 보호자로 법적 가족을 당연하다는 듯 여기지만 수술 동의서나 입원 동의서에 관한 세부 규정은 없다. 입원할 때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병원의 관행도 법적 효력이 없다. 병원의 과도한 보호자 찾기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진행 되는 것 일뿐, ‘환자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의료현장의 편의성’ 중심 사고일 뿐이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건강 두레’ 혹은 ‘돌봄 릴레이’ 방식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도울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돌봄 노동을 나누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아픈 당사자가 구구절절 호소하지 않아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이런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연스레 다른이가 아플때 돕게 된다. 세계 각지에서 가족 바깥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계획하는 돌봄 관계망이 마치 메뉴얼이 있기라도 한 듯 서로 닮은 꼴인 걸 보면, 여성들은 평등하게 관계 맺으며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는 생활인의 감각이 발달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사회화 된 것이다. 남성들도 그런식으로 사회화 될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지 않으면 남성들이 나이들어 고립된다는 말을 내가 종종 하는 것은 이러한 돌봄노동, 관계 맺는 법, 상대를 살피고 배려하는 법을 남성들은 배운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자들이여, 늙어 고립되어 고독사 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삶의 지혜를 배워 자신의 삶에 녹여내는 훈련을 하자.
혼자 견디기 어려울 때는 도와달라고 말하면 되고, 아픈 사람이 도와달라는 말을 반복할 필요가 없는 네트워크를 만들면 되건만, 커플 중심의 이 사회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포비아를 일부러 조성하며 혼자 늙고 병드는 것에 대한 공포을 조장한다.
이 사회는 사장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라는 낭만성을 강요한다. 공적, 사적인 공간에서 겪는 모든 일을 다 알고 나눌 어떤 ‘한 사람’ 이 굳이 필요한 걸까. 박진영은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위로해 주었던 사람은 사적으로 친밀한 사람보다 회사나 사회에서 그 일을 같이 겪은 동료“라고 말한다.
박순영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친밀감이 생존에 필수적인 거죠. 그 친밀감은 상대가 누가 됐든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혼인 관계가 친밀감을 독점하지는 않죠. 결혼은 낭만적 관계라기보다 정서적 친밀감과 성, 자녀, 경제가 모두 연루된, 삶이라고 하는 비지니스의 파트너 관계예요. 동업자 같은 관계인데 끝까지 좋게 가기도 쉽지 않아요. 포유류가 젊었을때 만나서 3~4년 지나면 로맨틱한 감정이 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비혼이 친밀감에 대한 욕망을 충족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건 오해죠. 인간의 관계는 다양합니다.”
이 책은 정말 밑줄 긋고 동그라미 칠 부분이 넘쳐난다. 비혼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서서 어떻게 살아가고 나이들어 갈 것인가 하는 주제에 맞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이 책을 가지고 한번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을 정도다. 최근에 읽은 책중 가장 강추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