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 마중물 샘의 회복 일지(최현희 지음)

by 박조건형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 마중물 샘의 회복 일지(최현희 지음)


일곱번째 우리자리(우울증 자조모임) 에서 읽기로 한 책이었다. 초등선생님이 초등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남초사이트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고, 학부모들도 별의별 항의성 민원을 넣어서 큰 상처를 받아 트라우마가 생긴 선생님의 치유와 회복을 기록한 책이다. 그들의 공격보다는 믿었던 내 옆의 동료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더 큰 후유증을 안겨 주었다. 우울증으로 인해 심한 무기력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우울증이 괜찮아지니깐 이제 암이 발견되어 수술도 받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기록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마중물샘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학생들을 대할때의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 이런식으로 접근하는구나 배우게 된다. 개인의 투병기에 머물수 있지만, 이렇게 기록을 해 두니 책으로 묶여 타인들과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싸이월드에서 시작한 내 일상의 기록이 이제 만 20년을 넘어간다. 글을 잘쓴다는 생각은 없지만, 일상을 20년 넘게 기록해왔다는 자부심이 내게는 있다.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일상을 관찰하고 들여다 본다는 말이고, 내 삶속에 가치있는 순간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평범하고 특별할게 없다고 다들 생각하시겠지만, 이런 기록들을 늘 하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꽤 괜찮은 사람인지 알게된다. 스스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알아봐주기까지는 물론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 타인이 나에게 괜찮다 멋지다는 말을 많이 해주고 그걸 들어본 경험이 축적되어야 나스스로 괜찮다라고 말할수 있게 되는게 사실이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짝지가 나에게 괜찮다 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해주었던가. 멋진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해주었던가. 좋은 의미의 가스라이팅을 당한 셈이다. 그래서, 나도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런 말들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들이 스스로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때까지. 그게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에 그렇게 조급해 하지는 않는다.


p205 - 나는 내 삶이 싱싱하게 팔딱일 때 그것을 간직해놓았다가 자연스럽게 학생들 사이로 흘러가게 만드는 통로를 내는 일이 더 즐겁다

:강연 준비를 할때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야기 할 꺼리들을 좀 준비해 가지만, 그때그때의 만남과 이야기들을 가지고 이야기 나눈다. 못하면 못하는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거기서 출발해 이야기 나누면 된다. 내 삶에 에너지가 넘치면 하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p209 - 하지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어디서든 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곁에 서야 한다.

: 꼭 교육분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분야이든 분투하는 분들이 있다. 그들을 알아봐주어야 하고 그들이 하는 일들을 알아채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고립되지 않고 지치지 않는다. 내가 나의 현장에서 분투할수 없다면 누군가 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고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고 그들옆에 있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은 아주아주 아주 조금씩 바뀐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문화를 말살하는 정책을 별치고 있다. 작은 도서관들이 다 문을 닫고 예술계통의 작업을 하는 이들의 지원을 모조리 끊어버리고 있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기에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바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을 뽑은 이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기도 하다. 이 시간을 잘 버티고 살아 남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교육과 문화활동들을 꽃피울 때가 올 것이기에. 버티고 살아남자. 명맥이라도 유지하더라도 살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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