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우울증리사이틀 공연 후기(울산 책빵 자크르에서)
세번째 우울증리사이틀 공연 후기(울산 책빵 자크르에서)
대표님들의 인품이 멋지다 보니 대표님들의 권유에 뭣인지도 모르고 오신 관객도 많으셨다. 불금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감사했고, 기본적으로 자크르에서 하는 모임이나 강연이나 공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다 보니 이야기에 집중도 잘해주시고 노래에 호흥도 잘해 주셨다. 나도 회사 마치고 짝지를 집에가서 태우고 간데다가 자크르 근처 대표맛집 이끼이끼에서 식사를 하고 늦게 오다보니 공연전에 음향부분을 맞추지 못해서 공연 초반에 버벅거림이 있었다. 그래도 너그러이 기다려주시는 매너.
여섯개의 파트 중 첫번째 파트가 “증상” 파트라 나의 무기력의 목격자인 짝지에게 마이크를 잠시 넘겼는데, 우리 부부의 첫번째 공저 책,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책 중에서 우울증 파트의 글을 낭독해주는데 울컥울컥 했다. 평상시에도 잘 우는 사람이지만 세번째 공연에서 제일 많이 운 것 같다. 첫번째 공연을 했던 무사이에서 마이크 스탠딩 거치대를 챙겨간게 적절했고, 공연때문에 중고로 마련하셨다는 작은 스피커도 빵빵해서 노래 부르기 좋았다. (경주 공연할때도 무사이에서는 마이크 거치대, 자크르에서는 스피커를 빌려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이후 잠시 쉬고, 둥그렇게 테이블주위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크르 근처 대표맛집 이끼이끼에서 맛있는 하이볼을 공수해 와서 컵에 얼음을 넣어 홀짝홀짝 마시며 이야기를 들었다. 16살 중학교 3학년 친구는 의외로 진성의 보릿고개가 제일 좋았다고 해서(내용은 슬프지만, 멜로디는 어깨가 들썩들썩 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반전의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고운중학교에서 자주 보게 될 친구 같은데, 와주어서 너무 감사했다. 자신의 주변에서 자살하신 분이 있어서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많이 쓰인다는 분도 계셨고, 오랜시간 동안 애쓰며 살아오셨다는 어떤 분은 그래서 내 이야기에 더 몰입이 되어 공연이후에 진이 빠졌다는 분도 계셨다. 어떻게 자크르에 오게 되었냐고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자신의 깊은 속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공연보다 공연이후의 시간이 더 빛난 시간이었다. 그럴수 있었던 건 자크르가 그 사랑방 역할을 잘 해 왔다는 반증인 셈이다. 모든 분에게 공연중 어떤 노래가 가장 좋았는지는 빼놓지 않고 여쭸는데, 그래야 다음공연에 반영을 할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산에의 넌할수있어는 아무도 언급한 이가 없어서….역시 내 예상대로 올드한 노래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공연 리스트에 강산에의 노래를 빼고 에릭남 버전의 “브라보마이라이프”를 넣었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공연과 잘 어울리고 내가 부르기 수월하면서도 진심으로 부를 수 있는 곡들도 정해지는 것 같다.
7시에 공연을 시작하여 이야기 나눔시간까지 하니 23:30분이 되었다. 그 시간이 되도록 많은 분들이 떠나지 않아 너무 감사했다.
5월 10의 경주 너른벽에서의 공연이 공식석상으로 마지막 공연이긴 한데, 원하는 곳이 있다면 이 공연은 자꾸 하고 싶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속이야기를 꺼낼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리사이틀 공연을 원하시는 곳에서는 언제든 연락 바랍니다. 다만 재능기부는 절대 안합니다. 제 나름대로의 진정성과 프로페셔널함이 있기에 꼭 유료 공연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 자리에서 공연을 뵈어요.
박조건형 010-4844-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