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 후기
이번달 울펨 모임에서 나누기로 한 책이다. 아까 제주 게하 1층 로비에서 여성 중년(50대로 보이는)들이 이야기를 하다가 갱년기라서 잠이 잘 안온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목소리를 낮춰서 말을 했던 것은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나의 존재 때문이었을 것이다.
갱년기는 중년이상의 나이가 되면 누구에게나 올수 있는 문제이다. 호르몬애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게 날뛴다는 말이다. 내 몸이 내 컨트롤 밖에서 작동한다는 말이다. 어제 우울증 강연자리에서 참여했던 분도 요즘 호르몬때문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셨다. 샤워를 했는데, 계속 땀이 나고 선풍기를 켜도 땀이는 나는 내 몸. 예전엔 안그랬는데, 갑자기 몸의 호르몬이 지맘대로 날뛰면 당황할수 밖에 없고, 자신이 나이 들었음을 내 몸이 내의지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사실에 충격을 먹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몸이 되었음을 그러한 몸으로 살아갸야 함을 인정하기까지 각각 살아온 개인의 역사가 다른 만큼 빨리 수용하기도 오랜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처음 이야기로 들어가서 왜 자신의 갱년기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를 의식해서 목소리를 낮춰 친구에게 말했을까. 여성의 몸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갱년기의 증상과 마음의 심란과 불안과 우울에 대해서 이 사회가 경청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거 그 나이즈음되면 원래 느끼는거야. 그거 시간지나면 괜찮아져 라고 쉽게 말하는 문화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힘듦과 당황스러움과 불안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5~6년전 짝지도 갱년기로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었지만, 나또한 그때는 우울증으로 스스로 고립되어 타인의 아픔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간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파트너임에도 내게 갱년기를 힘들게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못했다. 짝지가 힘들어 했을 그 시간 애써 챙겨주고 살갑게 살펴봐주지 못한 사실이 참 많이 미안하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를 쓴 네명의 저자는 특정할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아프고 탈이나는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들이다보니 자신에게서 출발한 사유와 철학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아서플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는 나또한 큰 인식의 전환을 하게 했던 책이다. 낫지 않는 병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병을 이겨내고 극복해야할 무엇으로 여기지 않고 병과 함께 사는 삶을 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에 걸렸거나 나이가 들면서 건강을 잃은 사람에게 완쾌하세요!! 라는 말을 응원이자 덕담으로 말하곤 한다. 그런데, 완치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많이 섭섭하고 상처가 될거 같다.
나이가 들면 예전의 몸으로 다시 돌아갈수 없다. 기능이 예전같지 않고 활동범위또한 좁아지는 몸을 예전으로 돌릴려고 애쓰면 본인만 스트레스받고 좌절할 뿐이다. 쇠퇴한 몸과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사람들과 그 주제를 자꾸 나누면서 서로 도움받고 도움주면서 의지하면서 살아갈수 밖에 없다. 그게 꼭 부부일필요는 없다.
우울증은 오랜시간 형성되어 만들어진 질병이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하면 자주 좌절하게 된다. 예전으로 돌아갈수 없고, 다만, 우울증과 다른 방식의 삶의 형태를 우울증이 형성된 시간 곱절로 쓰면서 애쓰고 훈련하며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완쾌나 극복이 아니라 덜힘들어하며 지낼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야 함을 수용하고 각오하고 살면 잘지내다가 다시 깊은 우울증의 수렁속으로 떨어지더라도 실망하지 않게 된다. 원래 그런건데……조금 쉬었다가 일단은 이 수렁속에서만 나오는걸 목표로 움직여야 될 뿐이다. 물론 그런 과정을 오래 반복하다가 운이 좋게 우울증없이 잘 지낼 순간이 드물게 오기도 한다. 드물게 그런 순간이 오면 감사한 일이지, 그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우울증이라는 질병은 한 사람의 인생을 힘들게 하는 힘든 질병이다. 29년동안 수십번 죽고 싶었던 지긋지긋한 우울증의 시간을 살아냈고 생존했을 뿐이다. 지금은 운이 좋게 우울증 없이 4년정도 지내고 있고, 하루하루 재미있게 흥미롭게 살고 있을 뿐이다.
질병, 나이듦, 치매, 갱년기, 낫지 않는 몸, 돌봄, 관계성에 대해 사유하는 책이라 아서플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와 함께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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