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40대 중년 아재(나)가 결이 맞는 50대 중년 아재 만나다
아침에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7시 10분에 출발해 1시간 40분이 걸려 거제에 갔다. 인스타로만 알고 있던 우원규 선생님을 뵙기 위해서였다. 50대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고 알콩달콩한 사진을 찍는 부부가 드문데 그런 모습이 참 이쁘다고 생각을 했었다. 거기다 그림을 취미로 그리시고, 운동도 생활처럼 하시는분이라 호기심이 갔고 언제한번 같이 운동도하고 그림도 그려요 댓글 달았더니 오늘 만나게 된 것이었다.
2시간정도 트래킹을 하고 식사를 같이 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해 카페에서 1시간 30분을 수다떨었다. 2시간정도 트래킹도 거제에 대해서 곳곳마다 상세히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함께 걷는 시간이 참 좋았다. 원래는 목적지 주변에 맛있는 중국집에서 짬뽕밥을 먹기로 했는데, 전기공사때문에 오픈이 12시로 미루어져 있어서 시간을 보내다가 먹으려다 내가 근처 분식집에서 톳김밥과 라면을 먹자고 해서 그렇게 먹었다. 톳 식감이 강하지 않아서 달달한 양념이 맛있다. 버스를 타기전에 꽈배기로 유명한 맛집에서 대파꽈배기를 먹었는데, 내가 먹은 꽈배기 중에서 젤 마음에 들었다. 대파향이 살짝나고 겉은 가볍게 바삭하고 라이트한 느낌이라 다섯개를 사서 원규쌤 두개 드시고, 내가 세개 먹었다. 식어도 맛있다는 말에, 맛있는 걸 먹으면 짝지가 생각나는 편이라 10개를 현금개산했더니 한개를 서비스 주셨고, 가면서 두개 더 먹었다. 나중에 식어서 먹어도 역시 맛있었다.
뷰가 멋진 크지 않은 카페에 들려 수다 삼매경. 원규쌤이 어반도 하시는 분이라 어반할 줄 알고 그림재료는 챙겨왔지만, 어반을 막 즐기시는 편은 아니고 그냥 조용한 카페에서 여유있게 패드에 사진 띄어서 천천히 그리는 걸 좋아하신다는 말에 그림은 패스하죠 하고 수다를 더 떨었다. 그림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 그 고민을 해본 사람으로써 내 경험도 이야기해 드렸다.
나는 친구들이 대부분 30대, 40대, 50대 여성들이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여성들일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50대 아재중에 매너있고, 그러면서도 자기 삶을 즐겁게 성실히 살아가면서도 자기가 모르는 타인의 경험과 세계를 조심히 들을려고 하는 태도를 가진 중년아재를 직접 만난건 거의 처음인거 같아서 너무 좋았다. 술 없이도 트래킹때 2시간을 이야기하고, 카페에서 1시간 30분을 이야기 했으니 참 좋은거 아닌가. 이야기 중간중간 침묵이 흘러도 그냥 편하게 그 침묵을 느끼며 있을수 있는 편안함.
남성들은 술없이도 자신에 대해서, 고민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너무 적합한 50대 중년 아재였다. 멋진 50대 남성. 하고 싶은 것도 많으셔서 아내와 운동도 자주 즐기시고, 목공도 해보셨고 한때는 가죽공예에 몰입을 한 적도 있다고 하셨다. 자녀분들은 장성해서 서울에서 각자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고 두분은 50대에도 불구하고 참 사이좋게 재미있게 이쁘게 사시고 계셨다. 원규쌤이 담엔 우리 짝지와 쌤의 아내분도 함께 네명이서 보자고 하시길래, 집에와서 짝지에게 이야기를 전하니 그러자고 했다.(울짝지는 모르는 사람들을 잘 만나는 편은 아니다) 원규쌤도 멋지고 그의 아내분도 또 멋지시길거 같아 언젠가의 다음 만남도 무척 기대가 된다.
애인 사이도 아니면서 양산 도착하면 문자를 달라는 그 배려심있는 태도가 나는 참 감사하고 반가웠다.
중년 아재들, 이런것 좀 배웠으면 싶다. 술없이 수다떠는 거,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고 다양한 취미들을 가지는 것, 자신의 오래된 파트너를 소중하게 대하고 존중하고 아끼고 노력하는 태도. 자신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하고 탐구하고 배우는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