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 더더더듬는 사람(정두현 산문집)

책리뷰

by 박조건형

말 더더더듬는 사람(정두현 산문집)


책을 읽고 크게 와닿지 않는 책은 후기를 남기더라도 비공개로해서 내 블로그에만 기록해 두거나,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라면 그 별로였던 이유에 대해서 써서 공개적으로 올리는 편이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가에게는 나의 별로였다는 리뷰가 그다지 타격을 주지도 않을테고, 그리고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이 보는 책에는 오히려 더 이런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쓰는 편이다.


그런데, 첫 책을 낸 작가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작가님의 책이 내게 와닿지 않았다면 글로 기록하진 않는 편이다. 작가님의 글이 별로라기보다는 내게는 별 감흥이 없어서이지만 혹여나 첫 책을 낸 작가님에게 상처가 될까봐 여서다.


말 더듬는 사람. 학창시절에 말을 더듬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라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더듬는다는 정체성이 어린시절부터 있었다면 오래신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힘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정두현님의 글이 내게는 크게 와닿는 부분은 많지는 않았다. 말을 더듬다보니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서, 무언가 발표를 하기 위해서, 회사에서 적응하기 위해서 자신의 그 단점을 극복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다보니 두현작가님의 고군분투가 내게는 자기계발서적으로 읽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틀렸다고 말하려는게 아니라 두현님의 상황에서는 그런방식으로 자신이 부족하거나 컴플렉스라고 생각한 부분을 노력하신 것 뿐이다.


원래는 후기를 남기지 않으려 했는데, 세 부분이 인상적이라서 글로 남기기로 했다. 두현 작가님은 개인상담을 통해서 말더듬의 원인을 탐구하고자 하셨다. 어린 시절 다방면으로 뛰어나고 인기많던 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이 형에게 거는 기대가 자신에게 넘겨온 것 같아 부담감을 느끼고, 그렇게 해서 부담감이 느껴지는 순간에 말을 특히 더 많이 더듬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고 한다. 29년 우울증 경험자로서 우울증이 있는 분들에게 개인상담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다. 개인상담비가 비싸긴 하지만, 무료로 어느정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고 2년정도 개인상담을 받아도 대학교 1년 등록금 정도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볼만한 상담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상적인 다른 한 장면은, 플랫폼에 자신의 말더듬 경험을 계속 썼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군에 있는 분에게 메일을 받는다. 그 분도 말더듬이 있었기에 서로는 오랫동안 펜팔친구처럼 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 장면에서 나는 울컥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보다는 말더듬는 분들이 훨씬 적을텐데…..같은 힘듦을 가진 분을 만나 대화하고 공감하고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시간은 정말 감동적이고 힘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온몸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오랜시간동안 나의 우울증 이야기를 써 왔던건 우울증이 있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마지막 하나는 어머니를 인터뷰하는 장면. 나도 다음 책의 일부분으로 어머니를 인터뷰해야 하는데 우리가 오래 부모 자식간으로 살아왔지만,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에 엄마를 인터뷰할 시간이 나도 기대가 된다.


두현 작가님은 길거리 인터뷰 팀, 휴먼스오브서울에서 오래 활동을 하셨는데, ‘휴먼서오브서울’ 채널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나는 길거리에서 일반인들을 20~30분 인터뷰해서 그 인터뷰 중에 짧은 분량을 편집해 글과 사진으로 올리는 그 컨셉이 흥미롭지 않았다. 별로 와닿는 글들이 별로 없었다. 나또한 모든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눈을 돌렸으면 하는 작업들을 여러모로 하고 있지만, 20~30분의 인터뷰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얼마나 깊이 있게 담아낼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그정도의 짧은 시간동안의 인터뷰는 표면적인 이야기 밖에 다룰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픈 이야기들이다 하더라고 시간적 제한과 인터뷰이와의 라포형성의 부족 때문에 표면적으로만 다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휴먼스오브서울’ 편집팀은 그 인터뷰 중 이야기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부분만 짧게 편집해서 글로 남겨서 글들을 많이 읽어봐도 내게 와닿는 인터뷰들은 별로 없었다. 물론 내가 특이해서 그런것 같고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불편하지 않고 많이 무겁지 않고 긍적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휴먼스오브서울’ 채널의 조회수가 높은 건지도 모르겠다.


혹여 정두현 작가님이 이 글을 읽더라도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싶다. 내가 작가님의 책을 평가할 정도의 위치도 아니고, 그냥 내 취향이나 생각과는 방향성이 조금 달라 내게는 크게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말더듬이라는 핸드캡을 가지고 그냥 살아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멋지다고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고예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