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나는 멜버른의 케어러(루아나 지음)
부제는 이민, 장애, 나이듦, 그리고 돌봄의 세계에서 내가 배운 것이다. 한국에서는 교사셨고 , 현재는 호주에서 살고 계시며 요양보호사와 장애인지원사 일을 하고 계신다. 신경 다양인 아들이 태어나면서 돌봄과 장애 분야에 관심이 생기셨다고 한다. 여기서 “신경다양인”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발달장애나 자페를 장애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탄 사람이 2층 식당에 가지 못하면 한국에서는 자신의 장애를 탓하지만, 휠체어 이용자가 갈수 있도록 만들지 않은 가게와 그것에 대한 배려나 정책이 없는 한국사회의 문화를 문제시 삼으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같다. 그러니깐 발달장애인이나 자폐인, ADHD가 있는 사람을 기존사회에 녹여 사회성을 키우도록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은 그들과 어떤식으로 소통할지 고민하고 그들의 사고로 대화하는 것도 공부해야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호주가 한국과 이렇게 다르구나 충격을 받는다. 호주에서는 모든 사람이 대학을 가는 것도 아니고,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도 대학을 간 사람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달랐다. 한국사회에서는 더욱더 돌봄노동이 중요해지는 사회(노령화 사회)가 되어가건만 여전히 그들의 급여는 낮고 소모품 취급받고 일하는 환경도 너무 열악하다. 작가님은 한국에서 교사일을 하시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건강을 잃어 다시는 노동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짧은 시간 근무하는 조건의 일도 많았고 비정규직도 정규직 못지 않게 월급을 받는 문화이기에 조금씩 요양보호사 일과 장애인 지원일을 하면서 시간을 점점 늘여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비정규직(정규직도 마찬가지이지만)이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긴 시간 여행을 떠나더라도 미리 공지만 해주면 대체인력이 있고,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면 다시 원래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요양보호사 일과 장애인지원일을 하며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그건 제대로 된 급여가 책정되기에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책을 읽고 북토크를 들으면서 이나라는 대체 어떻게 이런 것들이 가능한 나라가 되었을까 싶었다.
물론 호주가 판타지 같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호주는 느리고, 사람들이 불편함을 견디는 인내심이 크다고 했다. 한국의 다이나믹함이 맞는 사람은 호주가 심심할 수도 있을것 같다. 장애인들이 그들의 이동권 투쟁을 위해 아침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탄 것만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불편하다며 장애인 투쟁자들을 이기적이라고 욕하는 나라이다.
과연 선진국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느린 것을 수용하고 다른 것을 수용하고 불편함을 인내할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약자들이 행복할수는 없을 것 같다. 나도 어느 위치에서는 약자인 것을 우리들은 망각하고 있거나 자신은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 행복을 찾아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쉬는 시간도 스펙이 되는 것들만 하려는 강박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해질수 있을까. 행복은 무언가를 가져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속에서 이미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시선과 철학으로 얻을수 있는, 부단히 노력하는 어떤 태도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호주의 노동자를 대하는 문화나 약자나 소수자들을 다양성의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부럽기만 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상상하게 해주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호주는 한국의 78배 넓이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장애지원이나 요양보호사 지원의 제원을 높은 소득세에서 채운다고 한다.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세금을 내는 문화는 한국에서는 없다. 그것조차 투쟁을 해서 어렵게 얻어가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되고, 그 과정속에서 장애를 얻고 병을 얻는다. 나와 관련이 없는 영역이 아니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한 일을 미래에 내가 겪을일이라고 생각하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할 이유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