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좋은 독서 모임을 소개해 봅니다.
어제 짝지랑 부산 중앙동에 ‘문학의 곳간’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어제는 120회 모임이었고 선정도서는 정기현 작가의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보통은 6명 내외로 독서모임을 하는 편인데 어젠 사람이 많아 9명이나 되었네요. 멀리 합천에서 내려오시는 지원쌤, 환경과 기후 문제와 관련된 정책 활동을 하시는 상현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너무 많은 맥시멈리스트이자 꽉찬 J인 소연쌤, 인권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시는 아름쌤이 자주 뵙는 분들이고 원동에서 오신 배경열 쌤, 대성쌤과 같은 연구소에 계셨던 지현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경열선생님은 제 북토크에 저희 부부의 책들을 왕창 들고 오셔서 사인을 받으시고 제 북토크도 너무 집중해서 들어주셨는데, 문학의 곳간 모임이 궁금하셨는지 짝지에게 대성쌤 연락처를 물어 저번에 대성쌤이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에 한번 오셨고, 이번 문학의 곳간 모임은 처음오셔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저는 좋은게 있으면 제가 솔선수범하면서 주변에 권하는 프로딴짓러 이기도 합니다. 요즘 ‘그림한점3분응시15분글쓰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이 글쓰기가 어른들에게 자기내면을 탐구하는 놀이적인 측면이 있어서 주변에 함께 하자고 여기저기 권유를 했습니다. 거기에 이어 ‘문학의 곳간’ 독서 모임을 소해보려고 합니다. 글을 읽어보고 궁금해서 한번 참여를 해보고 싶으시면 대성쌤 연락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한번 와서 경험해 보고 본인이랑 맞지 않으면 안오셔도 됩니다. 문학의 곳간 모임은 보통 네시간 정도 합니다. 독서책과 관련된 사귐시간을 먼저 두시간 정도 가집니다. 자기 소개겸 해서 사귐시간주제를 각자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번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의 사귐시간 주제는 자신의 붕뜬 시간들, 부유했던 시간들, 큰 의미없이 산책하듯 지냈던 시간이었습니다. 1/n로 이야기를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대화시간의 평등) 모임시간이 4시간이나 되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깊이 충분하게 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분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집중해서 경청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나머지 두시간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마지막엔 한문장 쓰기를 해서 모임을 마칩니다. 어떨때는 책 이야기 없이 사귐시간 이야기로만 네시간을 채울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나지 않아 책을 많이 읽어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모임에 와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생각이 나기 마련이니까요. 곳간 모임은 느린속도의, 마법의 시간같은 모임인거 같습니다.
문학의 곳간 모임을 오랜시간동안 참여했다가 나갔다가 참여하기를 반복하다가 요즘의 제게는 문학의 곳간 모임이 참 소중해졌습니다. 4시간이나 모임에 참여하려면 그날 하루는 그냥 통째로 비워두게 됩니다. 그 비워둠의 시간에 하는 모임이 좋습니다. 천천히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천천히 내 이야기를 하고(꼭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다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짝지에게 대성쌤은 문학을 이야기할수 있는 유일한(?) 동료이자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4시간 모임을 마치고 날씨가 추운관계로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켜 곳간 사무실에 저녁을 먹었네요. 저녁먹으며 요즘 꽂혀서 보는 예능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대성쌤에게 우리 문학의 곳간 모임 200회 찍어봅시다 라고 농담같은 문자를 보내기도 했네요. 대성쌤은 지금의 곳간 친구들과 함께라면 가능하다고 답을 주셨네요. 문학의 곳간 독서모임이 10년이 넘은것도 대단한데, 20년째 하고 있다면 그것도 특별할 것 같고 곳간과 함께 했던 친구들이 나이들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특별할 것 같네요.
다음모임은 1월 31일 토요일 15시이고. 장소는 부산 중앙동의 곳간 사무실입니다 김숨작가님의 <무지개 눈> 연작소설집을 읽어오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