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사각사각(이지원)
지원쌤을 문학의 곳간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합천에서 독서모임을 하러 부산까지 온다고? 그 원동력이 궁금했다. 대성쌤이 하는 글쓰기 수업에 여러차례 참석을 했고, 곳간에서 나온 <살림문학(2024)>에 징원쌤의 글이 많이 실렸는데, 지원쌤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원쌤 글만 우선적으로 먼저 찾아 읽었다. 다른분들의 글도 좋지만, 지원쌤의 글이 내게는 흥미로워서 더 관심이 갔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글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신앙인임에도 불구하고 다양성과 소수자성의 이야기에 열려있는 태도가 있는 분이라 오히려 지원쌤의 관점과 이야기가 궁금해서 매번 곳간 모임을 기다렸다. 아버님의 사랑을 흠뻑 받았고 직장암4기를 선고 받고 아버지 곁을 지킨 경험이 있다. 부모로부터 그런 사랑을 받은 경험이 없는 나로서 지원쌤의 경험이 궁금하고 신기했다. (물론 나는 짝지로부터 충만한 사랑을 받았고 받고 있다. 충만함의 성격으로는 비슷한 거 같다) 대성쌤이 맨손문고 시리즈로 얇은 책을 두 권 내는데, 지원쌤의 책이 한권이라 해서 너무너무 읽고 싶었다.
<살림문학>에서 읽었던 글도 좋았지만, 더 깊이 들어가고 분량도 조금 더 긴 글들을 만날수 있어 좋았다. 글을 계속 쓰시다가 또 다음 책이 엮어 나온다면 그 책은 묻지 않고 사서 읽고 싶은 글이었다. 아버님에게서 받은 사랑, 아버님을 향한 애착, 아버님의 마지막을 곁에선 지킨 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엮여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일상을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글을 종종 쓴다. 궂이 그런것까지 디테일하게 쓸 필요가 있나 싶을정도로 평범한 일상속의 어떤 이야기들을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타인에게 말걸기에 필요한 일상의 디테일 묘사다. 지원샘이 사시는 곳은 합천이고, 살림과 양육을 하고 사각사각이라는 글방을 2017년부터 운영했고, 시골에서의 생활은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지원쌤의 글은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라 좋았다. 살림의 일상속에서 폄범한 속에서 비범한 것들을 발굴해 내는 시선이 있다. 그래서 그녀의 활동반경이 그리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글 하나하나가 흥미롭고 흥미진진하다. 고요하고 평화로운데 그안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읽힌다.
중1, 여덟살 딸 두 명과 일곱살 막내아들과의 생활을 읽었다. 그 아이들은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범생이스럽고 성실하게 살았지만, 아이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이들 각자가 자신의 경험으로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자녀들과 거리감도 적절히 두려고 한다. 첫째가 지니는 무게감을, 둘째가 중간에 낀 자녀로서의 느끼는 눈치, 긴장감, 그래서 어른스러울수 밖에 없는 것을, 누나들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에겐남 같은 막내의 특성들을 잘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게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양육방식은 무엇언지 고민하는 양육자다. 아이들이 놀이처럼 책을 읽고 마이쮸와 뒹구는 아이들의 소란함이 있는 독서교실‘사각사각’을 운영한다. 한번도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없이 함께 책을 읽고 즐기고 대화를 나누다가 공감하고 질문하는 선생님이다. 강남 대치동에서 강사로 일할때는 생각할수 없는 시골이기에 가능한 교육방식이지만, 요즘은 시골도 입시의 압박을 무시할수 없기에 그녀의 교육방식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선명한 글도 있고 모호하고 불안정하고 잡히지 않는 글도 있다. 나는 선명한 글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책 뒤쪽에 실린 불안함과 혼란의 마음들을 잡아보려는 글쓰기도 좋았다.
95p - 무엇을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라 가리고자 하는 글쓰기. 쓰고 싶은 무엇을 쓰려는게 아니라 쓰고 싶지 않은 무엇을 외면하기 위해 쓰는 글.
곳간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외면하는 지원쌤을 만난다. 그런데 아마 지원쌤은 그 주제들을 오랫동안 천착해가며 글로 자기 마음을 잘 퍼올릴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의 지원쌤의 글쓰기도 기다려지고 궁금해진다.
세 아이를 키우며 자기 시간을 내어 글을 계속해서 써내는 것은 특별하고 대단한 일이다. 나도 내 일상속에서 부러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고 그림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일상을 담은 글을 쓴다. 지원쌤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전혀 결을 달리하기도 하지만, 어떤면에서는 만나는 느낌이 든다. 합천이 아니라 양산이나 부산, 경주, 울산에 사셨다면 아마 차한잔하며 이야기 나누고 싶어 달려갔을지도 모른다. SNS도 안하시기 때문에 내가 지원쌤을 만나는 기회는 한달에 한번 곳간이 유일하다 그녀가 들려줄 이야기가 기다려져서 한달을 설레며 기다린다. <사각사각>을 읽으니 이지원 유니버스를 조금 만난 것 같아 흡족하다. 자신이 쓰는 글을 누가 읽을까 하는 생각은 글을 쓰는 사람이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지원쌤에게 독자한명이 있다고, 그러니 누군가 읽는 글이라 생각하고 오래오래 계속 글을 써 달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다.
우리 또 한 달뒤에 김숨 작가의 <무지개 눈>으로 만나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