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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Mar 13. 2024

임시 기구의 충격적 변신: 비변사에서 태스크 포스까지

역사의 반복인가, 진화인가: 비변사와 태스크 포스의 놀라운 연결고리

태스크 포스(task Force)는 군사용어로 특별한 임무를 위해 임시 조직된 부대를 의미한다. 요즘은 이 용어를 정부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사용하는데 이때는 조직 내 중요한 프로젝트를 위해 임시로 모인 팀을 의미한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나는 몇 차례 태스크 포스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팀들은 빠른 의사결정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부 인원만 참가했던 임시 조직은 시간이 지나자 경영진과 말단 실무진까지 참여 인원이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나중에는 태스크 포스의 본래 목적 이외에도 다른 회사 내의 업무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 시작했다. 경영자들과 실무진 대부분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자리에 모인 김에 다른 것도 의논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여러 단계를 뛰어넘으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 조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제대로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임시의 권좌가 영원한 왕좌가 될 때


이 과정을 지켜보며, 나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조선시대의 비변사가 떠올랐다. 왜구의 침입 같은 급박한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임시 기구는, 시간이 흐르며 상설기구가 되었고, 임진왜란 이후에는 조선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역사적 사례는 임시 기구가 어떻게 그 범위와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실감 나게 해 준다.


권력 집중의 문제


내 경험 그리고 역사에서 보듯, 임시 기구의 확대는 결국 권력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래의 의사결정 구조를 우회하는 새로운 권력 중심이 형성되며, 이는 조직 내 다양성을 해치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소수의 의견만이 우선시 되면서, 조직의 건강한 발전이 둔화될 위험이 있다.


의사결정 과정의 경직성


태스크 포스의 확대는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 경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본래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구성되었지만, 참여 인원이 증가하고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면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졌다. 이러한 경직성은 조직의 민첩성을 저하시키며,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는 기본 목적에 역행한다.


기존 조직과의 갈등


임시 기구의 확장은 기존 조직 구조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새로운 권력 중심이 기존 시스템과 충돌하며, 내부적인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조직의 통합성을 해치고, 직원들 간의 협력을 저해할 수 있는 결과를 낳는다.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마지막으로, 임시 기구가 상설화되며 자원의 배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자원이 한곳에 집중되면서 다른 필수적인 분야가 등한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조직의 효율성과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계와 균형의 필요성


직접 겪은 태스크 포스의 경험은 임시 기구의 상설화가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폐단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임시 기구의 설립은 필수적일 수 있으나, 그 상설화가 조직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고 성찰해야 한다. 조직은 유연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며, 권력의 집중을 피하고 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급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임시 기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상설화가 조직에 미칠 수 있는 폐단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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