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아니라 제정 러시아 황궁?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압도적인 스케일
⚠️ 주의사항
이 여행기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현재 러시아의 여행 환경은 당시와 다를 수 있으며, 정치적·국제 정세로 인해 방문이 제한되거나 위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 글의 내용은 단순한 여행 경험 공유일 뿐, 실제 여행 계획 시 참고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러시아를 여행하며 이곳을 빼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거대한 궁전 같은 건물, 그 안에 가득한 예술품들, 그리고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왕조 로마노프 가문의 흔적까지.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 역사와 예술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었습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부, 넵스키 대로에서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도착하기 전부터 압도적인 규모의 광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겨울궁전을 포함한 박물관 건물들은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했고, 청록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외관이 마치 동화 속 궁전처럼 보였습니다.
날씨는 꽤 추웠지만, 광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특히,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입장료는 600루블이었지만, 매달 첫 번째 목요일에는 무료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마침 제가 방문한 날이 그 달의 첫 번째 목요일이었기에, 운 좋게 무료로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무료 입장일이라 그런지 표를 받기 위해 티켓 카운터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무료라도 표를 발권해야 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영수증에 0원이라고 적혀있는걸 받으니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발권을 마친 후에는 물품 보관소에 가서 두꺼운 외투를 맡기고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러시아 제국의 황궁이었던 겨울궁전을 포함한 거대한 박물관 단지입니다.
그만큼 내부 공간도 궁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거대한 샹들리에, 금빛으로 장식된 화려한 천장, 그리고 황제들이 사용했던 가구와 장식들.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기도 전에,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벽과 천장, 심지어 계단까지도 화려한 장식과 그림으로 가득했고, 그 속을 걸으며 마치 과거 제정 러시아의 황궁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 특별전으로 로마노프 왕조와 러시아 혁명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1917년 러시아 혁명의 흔적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혁명 직전까지 황실이 사용했던 물건들과 그들이 남긴 기록들을 보며, 러시아 역사 속 가장 극적인 순간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러시아 제국의 화려한 과거와 혁명을 거쳐 급변했던 시대상이 이 박물관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에는 수많은 명작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황금공작새 시계’입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제작된 이 시계는 기계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거대한 황금 공작이 정해진 시간이 되면 날개를 펼치며 움직이는 구조인데,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섬세한 움직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박물관 안에 여러 유명 작품들을 보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람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한 번의 방문으로 다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합니다.
각 방마다 다른 테마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회화, 조각, 유물 등 수백만 점의 예술 작품들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입장 후 거의 폐관 시간까지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작품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만큼 이곳은 한 번 방문했다고 해서 다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찾아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에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러시아 제국의 영광과 몰락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소였습니다.
하루를 가득 채워도 부족했던 이곳, 언젠가 다시 러시아를 찾게 된다면 꼭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