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커피 맛에 크게 민감한 편은 아닙니다.
원두 차이도 애매하게 알고 있고, 이건 쓴맛이 더 강하네, 저건 신맛이 좀 도드라지네 딱 그 정도만 구분할 줄 아는 수준입니다.
그렇다 보니 평소엔 동네 카페에서 무난한 아메리카노 정도만 마시는 편이죠.
카페에 가도 메뉴보다는 분위기나 위치를 더 먼저 보는 편입니다.
그런 제가 이번에 블루보틀 광화문점을 다녀오게 된 건
다름 아닌 SNL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SNL에서 블루보틀을 "커피 서열 1위"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게 묘하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마침 서울에 출장이 있어, 궁금한 마음에 한 번 들러보게 되었습니다.
카페는 광화문 인근 대로변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도 블루보틀 특유의 파란 병 아이콘이 눈에 띄어
찾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내부는 생각보다 간결하고 조용한 인테리어였습니다.
일부러 꾸미지 않은 듯한 느낌이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예전 인스타 감성 카페 같은 느낌?
예전 파이브가이즈 햄버거 오픈 당시처럼 줄을 길게 서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손님은 꽤 많았고 바리스타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블루보틀의 대표 메뉴로는 따뜻한 지브롤터(Gibraltar)와 차가운 놀라(Nola)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 망설임 없이 놀라를 주문했습니다.
놀라는 달지 않은 크림 커피라고 해야 할까요.
진한 커피 위에 크림이 들어가 있는데, 커피가 텁텁하지 않고 의외로 마시기 편했습니다.
설탕이나 시럽 없이도 적당히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있더라고요.
커피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쓴맛 없는 라떼' 같은 느낌이랄까요.
기대 이상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었던 메뉴였습니다.
블루보틀이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몇 번 들어봤지만 이번이 첫 방문이었습니다.
과장된 유행일까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브랜드가 추구하는 ‘느림’, ‘정돈’, ‘집중’ 같은 키워드가 공간과 커피에 잘 녹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커피 서열 1위라는 말이 어디까지 농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 들러보기에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저처럼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마셔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엔 지브롤터를 시도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