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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연습장이 된 마을 - 화성 매향리 평화 기념관

불발탄 밟고 사는 삶, 당신은 상상할 수 있습니까 – 매향리 이야기

by 타이준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지금은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이지만, 이곳은 한때 전투기들의 폭격 소리로 뒤덮였던 곳입니다.


'쿠니 사격장'이라 불리던 매향리는, 한국전쟁 이후 수십 년간 미군 전투기 폭격 훈련장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아픈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매향리 평화기념관'과 그 앞 '야외 전시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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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전시장: 사라지지 않는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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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에 들어서기 전, 먼저 마당에 마련된 야외 전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이곳에는 녹슬고 찌그러진 폭탄 파편들, 땅에 박힌 불발탄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폭격 소리로 매일을 살았던 매향리 사람들의 고통을,


이 을씨년스러운 잔해들이 조용히 대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매향리 평화기념관: 고통의 기록, 그리고 평화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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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전시장을 지나 기념관 건물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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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내부는 잘 정돈된 전시로, 매향리 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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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뱃속의 아이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임산부를 형상화한 조각상이었습니다.


폭격과 소음이 일상이었던 이 마을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비극을, 이 조각상이 묵묵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농섬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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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안쪽으로 이어진 관측소에 올라가면, 포격의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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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작은 섬, 농섬.


원래는 훨씬 큰 섬이었지만, 오랜 세월 미군 전투기들의 폭격 훈련으로 인해 섬의 상당 부분이 깎여나갔다고 합니다.


마치 인간의 폭력이 자연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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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곳곳에는 쿠니 사격장 폐쇄를 위해 싸운 매향리 주민들의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미군 폭격에만 저항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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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의 긴장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감수해야 했는지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북한은 지속적인 무력도발과 핵 위협으로 한반도 평화를 흔들고 있습니다.


매향리의 상처는 단지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경고처럼 느껴졌습니다.


작지만 깊은 울림


매향리 평화기념관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 속에서, '진짜 평화'란 무엇인지 묻고 있었습니다.


폭격이 끝났다고 해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싸워서 얻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것.


이곳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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