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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고석정 : 임꺽정이 숨었고 옥씨부인이 다녀갔던 곳

카메라가 자꾸 오는 이유? 임꺽정도 숨고픈 풍경이었다

by 타이준

철원의 하늘은 맑았습니다.


한탄강 물줄기를 따라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철원 9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명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석정(孤石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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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대로 정자 하나가 우뚝 서 있지만, 이곳은 단순히 정자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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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한가운데 솟아오른 거대한 고석(孤石), 그 옆에 세워진 정자, 그리고 주변의 험준한 현무암 계곡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동양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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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면서도 장엄한, 자연이 만든 무대 위에 사람이 조심스레 발을 얹은 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고석정에 얽힌 이야기는 무려 1,4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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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진평왕 32년, 서기 610년에 처음 정자가 세워졌다고 전해지며, 조선 명종 때에는 의적 임꺽정이 이 일대를 거점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정자 맞은편 산 정상에는 그가 쌓았다는 석성이, 강 중앙의 기암봉에는 임꺽정이 몸을 숨겼다는 자연 동굴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정자는 한국전쟁 중 소실되었다가 1971년에 복원되었고, 이후 1989년 다시 정비되었습니다.


지금은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가족과 함께, 혹은 혼자 조용히 걸어보기에도 좋은 곳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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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정이 단지 ‘역사적인 장소’로만 기억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무사 백동수’의 격투 장면,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주인공 건우가 환상에 이끌려 달려가던 장면, 그리고 ‘선덕여왕’, ‘조선명탐정’, ‘군도’, 최근에는 ‘옥씨부인전’까지.


TV 화면 속 익숙한 장면들이 바로 이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디선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석정에 올라 바람을 맞으며, 문득 생각해보았습니다.

과거 임꺽정은 이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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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그대로 흘러가고, 갈대는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철원에 들르신다면 이곳 고석정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보시길 권합니다.


수천 년의 세월과 수많은 이야기가 겹쳐진 풍경은, 사진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바람으로 느낄 때 더 오래 기억에 남는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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